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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Jan 31. 2022

아이가 장애진단을 받은 날,
전문가가 되기로 했습니다

사회복지사 김보영 님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다 똑같은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손이 더 많이 가고 노력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거 자체가 힘들진 않아요.





'아이 키우는 건 원래 다 힘들구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키우지 이렇게 힘든데 도대체 어떻게 키우는 거야?'


정말 뼈를 깎는 고통의 연속이었는데 알고 보니까 제가 더 힘들었던 거였어요. 육아에 대해서 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아이가 뭔가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래랑 비교하면 발달이 느리거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거나, 다른 아이는 이 정도 하는데 우리 아이는 아예 못 하는 경우가 있다던가...


'우리 아이는 좀 느릴 뿐이야'라는 생각으로 어린이집을 가고, 유치원을 갔는데 그때서야 비로소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이제 병원을 가보라"는 어린이 선생님의 얘기를 들었죠.

아이의 장애를 발견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친 거죠.



처음에는 부정했어요.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아무리 생각해도 또래랑 어울리지 못하고, 그러는 동안 아이는 점점 외톨이가 되었어요. 문제 행동이 점점 심해져가는 과정에서 병원을 가서 진단을 받았죠.

지적 2급에 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진단을 받기까지의 방황했던 그 오랜 시간 동안 장애아에 대한 정상적인 케어를 해주지 못했어요. 그러면 아이는 '2차 장애'라고 해서 자기가 갖고 있는 장애 이외에 다른 문제행동이 일어나는 거예요.


자기가 갖고 있는 장애를 인정받지 못하고, 거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교육이나 도와주는 걸 받지 못하면

그것이 욕구불만에 상태로 올라와서 2차적인 문제가 일어나는 거죠.



욕을 한다든지, 어른 말에 불이행을 한다든지, 상동 장애(혹은 틱 장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 행동 같은 걸 한다든지, 이미 그때는 엄마인 저에게도 욕을 하고, 주먹질을 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 했고, 어떤 것도 집중하지 못했어요. 다른 애들이 놀이를 시작한다고 하면 또래 친구들이랑 전혀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았어요. 항상 따돌림을 당하고 그거에 대한 울분이 생기니까 자기만의 방법으로 친구들을 괴롭히고 때리게 되는 거고 부정적인 방법으로 계속 그런 것들을 끌어오면서 그것이 '강화'로 이어지는 거죠. 초등학교 4학년 아이지만 아이가 주먹질하면 되게 아프거든요, 무서워요. (힘으로) 아이에게 이길 수가 없으니까



길거리에서 육두문자 욕 있잖아요, (욕 하면서) 막 뛰어와서 엄마 머리채 잡고, 때리고, 주먹질하고 그러면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누가 볼까 봐. 이런 행동으로 인해서 아이가 사회에서 좀 더 따돌림을 당할까 봐

그런 엄마의 열등감과 숨기려는 그런 모든 행동들이 아이에게 점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내가 진짜 잘못 키웠다면 무엇을 잘못 키웠고, 주변에 친구가 없고 아이가 따돌림을 당했다면 왜 따돌림을 받고 차별을 받는지. 도서관에 있는 육아책이라는 육아책은 다 읽을 정도로 그 이유를 알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이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 아이들의 일선 생활에 대해서 들어가 보자"라는 생각으로
사회복지사가 된 거죠







그래서 전문가가 되기로 했습니다

'치료를 왜 시작하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장애가 전염병처럼 옮긴다든지 어느 순간 '장애'가 '비장애'로 변한다던지. '장애'는 낫는 게 아니잖아요. 이완시켜 주고 도와주는 건데, 그 '치료'의 형태가 대부분 아이가 마치 '정상'이 될 것처럼 모든 돈을 소비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장애는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지원하는 거지] 그걸 치유를 한다거나 이렇게 하는 게 아닌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는 그 환경에서 지금 고등학교 졸업을 앞뒀어요. 저에게는 굉장히 큰 일이에요. 그리고 아이의 모든 문제 행동이 지금은 사라졌어요. 이 얘기를 해 주고 싶은 거예요.

발달장애 엄마들에게


무슨 자격으로? 최소한 전문가 수준이 되어 있거나 어떤 문제 행동은 이렇게 하니까 괜찮아졌다 하는 이야기들이요. 길거리를 가다가도 엄마에게 반항 행동을 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님이 부끄러워서 집에 데리고 가기 바쁘고 하는 저의 옛날 모습을 보면 '아이가 진짜 원하는 핵심 포인트는 따로 있다' 이걸 너무나 얘기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장애라는 걸 '인정'하고, 이건 '치료'가 아니고, 도와주는 '지원'이고, 이 아이가 원하는 색깔은 다른 거고 우리가 모두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필요에 의해서 아이를 변화시켜야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느꼈어요





장애 아이를 키우는 게 불행하다고?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다 똑같은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손이 더 많이 가고 노력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거 자체가 힘들진 않아요.

진짜로 힘든 건 사회적인 차별을 느꼈을 때



장애아이를 키운다고 불행하지 않아요. 불행은 불평등 때문에 오는 거예요. 세상에서 평등하지 못하는 거를 느꼈을 때 불행하지, 그 아이 자체를 케어한다고 불행이 오진 않았더라고요. 잠도 안 자고, 문제행동도 해서 집안이 맨날 어지럽혀지고, 동생이랑 맨날 싸우고, 이런 것들이 힘들었지만 아이를 예뻐하고 소중히 여기는 그 과정에서는 내가 이 아이 때문에 못 살겠고 이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아이와 눈을 맞추고 키우는 과정은 '행복'이에요.




장애 아이가 있는 부모님들에게

힘드실 거예요, 이게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을 거예요. 제가 그랬거든요.

이 상태로 가면 집은 풍비박살이 날 거고 저도 멘털을 견뎌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었는데, 시간은 분명히 가고 상황도 달라지고 아이는 크더라고요. 그 시간 동안 충분히 성숙을 하고 상황은 충분히 바뀌어져 있더라고요. 분명히 좋아진다고 해도 믿지 않으세요.


"장애라고 해서 크지 않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크고 있다. 그것이 조금 더 느릴 뿐이다."

우리는 그걸 충분히 기다려 주면 아이는 분명히 좋아질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엄마가 기다리면 아이는 분명히 거기에 대해서 기대에 부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보다 먼저 죽어도 괜찮은 삶을 만들어 보겠다는 저의 삶의 목표가 있죠. 아이가 제가 없더라도 세상에 당당히 서서 살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 노력하고 있고 아이도 그에 맞게 조금 더 자립에 가깝게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qw-OKFWHU&t=2s

본 콘텐츠는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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