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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니.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

아니요. 해외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는 아이들 정도로 어때요?

by Kifeel co Mar 25. 2025

주재원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쯤 상상하던 것은 '우리 아이들이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하고 올 것이다.'였다. 4년간 인도네시아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영어는 원어민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영유를 다니던 아이들이 더 영어를 잘하지 않을까? 싶다.

리터니 아이들이 살다 온 나라가 미국, 영국 등 영미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폴란드, 브라질 등 영어가 제1언어가 아닌 나라들이 많다. 그러니 리터니라고 무작정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공식은 이제 버리자. 리터니는 사실 정말 어렵다. 해외에 오래 머무는 것도 아니고 일정기간 머물다가 고국으로 돌아가서 고국의 교육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해외에 있으면서 한국의 교육도 어느 정도 챙겨줘야 하기도 하고, 국제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영어도 어느 정도 사교육이 필요할 때도 있다. 


현지에서 영어도 시급한데 한국교육을 언제?

우선 주재원지에 도착하면 학교 적응을 위해 영어를 챙겨주기 바쁘다. 한국에서 영유를 다녔다면 모를까 둥이들처럼 ABCD도 모르고 갔다면 더더욱. 만 5세가 막 지나서 인도네시에 도착했던 아이들의 영어를 챙기기도 버거웠다. 더불어 한국어도 같이 챙기려니 애들도 나도 너무 피곤했다.

한국어가 먼저나 영어가 먼저냐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 어려웠다. 한국으로 돌아가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보니 나는 한국교과 과정에 대해 등한시했다. 한국에서 신청해서 가지고 간 태블릿 PC 교육프로그램을 가지고 갔는데 인도네시아에서 VPN이 없으니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들도 나도 한국어와 한국교육에 대해 멀어졌다. 

현지적응하는 엄마도 힘들고 바쁠 텐데, 아이들 한국교육까지 정신 차리고 교육시키는 엄마가 정말 몇이나 될까? 그리고 아이도 국제학교 적응하느냐고 바쁜데 집에 와서 한국 내신을 챙긴다? 쉽지 않다. 그렇지만 해야 한다. (해야 했다. 한국어 많이 못 챙겨주고 후회된다.)


"영어는 학교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해요. 집에서는 모국어를 신경 써주세요."

아이들 G2 담임이 나에게 영어는 학교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해요. 집에서는 한국어 책을 더 많이 읽고 신경 써주세요. 하는 말이 나는 무슨 소리인가 했다.

'현재 영어도 부족한 아이를 이곳에 있을 때 영어를 채워줘야지 한국어를 집에서 더 신경 쓰라고?' 했다.



애초에 나도 리터니에 대해 잘 못 생각했다.

나는 리터니에 대해서도 잘못 생각했고 바이링구얼이 무엇인지도 개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 영어학원 레테를 보는데 그 심각성이 뚜렷이 느꼈다, 아이들이 한국인이라면 현재 둥이들 또래 아이들이라면 알고 있을 기본상식들( 한글은 누가 만들었어요? 왕은 어떤 뜻이에요?)에 대답을 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한국 학교에서 하는 선생님 말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영어책은 열 권도 읽는 아이가 한글책 한 권 읽는 것을 너무 지루해했다.



주재원지에서 한국어 어떻게 해주지?

재원 자녀처럼 학교에서는 영어를 쓰고 집에서는 모국어를 쓰는 아이들이 진정한 바이링구얼로 성장하려면, 두 언어를 균형 있게 익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1. 모국어와 영어의 사용 환경을 명확히 구분하기

집에서는 일관되게 모국어를 사용하고, 학교나 외부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도록 유도.


2. 모국어 학습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 기울이기

책 읽기: 아이의 수준에 맞춘 모국어 책을 꾸준히 읽어주기. <- 이게 우리가 해외에 있을 때 해 줄 수 있는 가장 쉬운데 가장 중요!

쓰기 연습: 일기 쓰기, 편지 쓰기 같은 활동을 통해 모국어 표현력 키워주기.

멀티미디어 활용: 모국어로 된 TV 프로그램, 유튜브 영상, 오디오북을 적극 활용해.


3. 두 언어가 긍정적인 경험이 되도록 하기

강요하면 반감이 생길 수 있으니, 즐겁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게임, 놀이, 여행 등)을 활용.


어떤 언어를 잘 사용하며 크게 할지는 내 아이가 어떤 나라의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 내 아이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영미권에 가서 한국어를 잊고 크는 아이들 보면 조금은 안타깝다. 그리고 아이들이 외국에 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무래도 친구들과 사용하는 언어를 더 편하게 생각해서 한국어가 어쩔 수 없이 부족해지는데, 그건 부모와 소통에도 영향을 준다. 고작해야 만 8세 아이들도 한국말로 나에게 무엇을 설명하는데 내가 못 알아듣고, 내가 뭐라고 이야기하면 애들이 그 말을 못 알아 들었다. 동남아시아에서 국제학교 보내는 부모들은 아무래도 학교에 한국인들이 많다 보니 집에서는 한국어보다 영어를 신경 쓰게 되는데, 어떤 학습보다도 책 읽기만이라도 하면 한국 적응에 크게 도움이 된다. 이 부분을 하지 못해서 아이들이 한국책을 지금도 집에서 읽지 않고 한국책은 학습만화 위주로 읽는데 앞으로 아이들 수준에 맞는 Chapter 책도 읽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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