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D+10, 정신없는 아빠
아이를 낳고 나면 이박 삼일 정도는 병원에 입원을 한다. 그리고 그 며칠은 정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훅훅 지나간다.
다른 엄마들은 모르겠지만 아내는 출산 당일 제대로 서지도 걷지도 못했다. 그래서 계속 부축해주고 소변보는 것도 대변보는 것도 미션이었다. 아내는 소변이 나오게 하기 위해 열심히 물도 마셨지만, 속에서 잘 받지 않아 토하고 결국 한 번은 소변줄을 꽂았다. 네 시간 안에 또 소변을 보지 못하면 다시 소변줄을 꽂아야 된다. 이게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아내는 몸서리를 치며 열심히 물을 먹는다. 나도 맹물 싫어하는 아내를 위해 이른 새벽부터 이온음료, 헛개수 등등을 종류 별로 구매하러 간다.
그렇게 아내는 부서질 것 같은 몸상태로 며칠을 입원실에서 지나다 보면 조금씩 몸을 회복해 간다. 병원에서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둘째 이야기는 저절로 속으로 삼켜지게 된다.
출산하고 이렇게 며칠은 엄마도 정신없고 힘들지만, 아빠도 역시 정신이 없다. 머리도, 몸도, 마음도 분주하다. 양가에 연락도 드리고 코로나 시대에 오지 못하시는 부모님들을 위해 매일매일 아이의 동영상을 퍼 나른다. 아이의 출생신고를 위해 이름을 생각해야 하고, 이 과정 속에 부모님들과 격렬하게 토론도 한다.(왜 이렇게 부모님은 내가 지은 이름을 마음에 안 들어하실까?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우리는 초보 엄마 아빠이기에 산후조리원을 신청해서 들어갔다. 산후조리원에 대한 여러 장단점이 있지만 첫 아이를 출산한 부부들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 같다. 가장 좋은 점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초보 부모들을 도와주고 가르쳐 준다는 점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아이의 울음을 해석해 주고, 간단하지만 꼭 필요한 육아 교육까지 시켜 준다. 거기다 균형 잡힌 식단이 제공되고 산후마사지를 해주기도 한다. 물론 가격도 가격이고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도 늘어나기 때문에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도 둘째를 갖는다면 산후조리원 말고 다른 선택지를 고르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한다.
아내가 조리원에 들어가서 가장 힘든 것은 단절이다. 혼자 있는 것에 우울함을 많이 느끼는 아내인데, 코로나 때문에 산후조리원 동기들과 친해지지도 못 한다. 내가 매일 가는데도 아쉬움을 느끼고 힘들어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면서도 조리원을 나오고 나면 얼마나 힘든 육아가 기다리고 있을지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나도 여기서 아이 기저귀를 갈고, 안는 방법을 배우고, 아이의 울음을 이해하고, 속싸개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내가 보기에는 너무 답답해 보이는데 꽁꽁 싸매야 하는 것을 납득하는 과정이다)
정신없이 지내는 과정을 통해 아이를 배운다.
작고 오동통한 우리 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