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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편 May 21. 2020

한 사람만 사랑하기까지

두 번째 이야기

이 답이 부족했음을 느낀 것은,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을 때 아내의 표정이 썩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나는 내 첫 번째 대답이
‘당신이 어떻더라도 널 사랑해’라는 사랑 고백의 말을 내 생각으로 정리해 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는 ‘내 결심’ 때문에 사랑하는 모습은 당신에게 감동을 줄 수 없을뿐더러, 그 결정을 내린 사랑의 시점인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럼 나는 어떻게 십 년간 아내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없었던, 한 여자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이번에는 제법 오랜 시간을 가지고 생각했다.

지금의 우리의 관계는 처음과 아주 다르다. 사랑이라는 관계의 접점에서 만났지만 처음 연애할 때와 지금 우리의 모습은 같은 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다르다. 내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첫 연애에 설레던 나는 아내의 손만 잡고도 너무 긴장해서 그 모습을 감추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춰지지 않던 손에 고인 땀이 아내에게 들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지금은 그 아내의 옆에서 숨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다. 그때와 같은 두근거림이 아직까지 있었다면 나는 아마 심장마비에 걸렸으리라. 그렇다면 우리의 시랑은 식어버린 것일까? 그렇지만 그 숨소리의 안락함은 나에게 또 다른 평안이 되고 마주 잡고 잠든 손길에는 조용하지만 따듯한 기쁨이 고인다. 그렇기에 처음 두근거림과의 그 아쉬운 이별을 슬프지 않게 놓아줄 수 있는 것이리라.

나는 내가 사랑하기로 결심한 그 결정을 신뢰할 뿐만 아니라, 비록 나, 아내, 그리고 우리의 관계 모든 것이 변하지만 그 모든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고 있었다.

만족과 감사 그것이 내가 찾은 두 번째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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