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편 Jul 26. 2020

한 사람만 사랑하기까지

세 전째 이야기


내가, 그리고 우리 부부가 서로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는 이유를 나름대로 찾아가면서 한 가지 더 발견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다툼 속에서다.

꽤나 오랜만에 토닥토닥거리고 나서, 우리는 따로 예배를 드렸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영상 예배를 드리는데, 나는 거실에서 아내는 침실에서 같은 영상을 보며 다른 장소에서 예배를 드렸다. 마침 그 날은 가정에 관한 말씀이었다(뜨끔). 다툼 후라서 예배드리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영상 예배의 중간 즈음부터 아내에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방에 들어가 보니, 아내가 눈물을 뚜욱뚜욱 흘리고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당황감에 얼른 아내에게 가서 꼬옥 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로 사과하고 용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이 걸린 생각과 삶의 방침은 누군가가 나를 바꿀 수 없고, 그렇게 두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나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영역들을 허락할 때 관계에 온기가 생긴다.

처음에 나는 변치 않는 사랑의 원인을 나에게로 고정하려고 했다. 굳은 결심이나 감사와 만족은 그 주체가 온전히 나에게 있었다. 그런 생각에 기반한 사랑은 단단하지만, 때때로 완고하다. 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 사람의 존재를 허락해야 한다.

결혼 전 나는 딩크를 꿈꾸는 히피였지만, 결혼 육 년차 어느새 설득되어 아빠가 되어 가는 중이다. 군대에서는 다른 침상을 쓰는 사람의 움직임에도 깨는 예민보스 였지만, 지금은 옆에서 아내가 코를 골며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어도 잘 잔다.

아내에게 당신은 뭐가 변했냐고 물어보니
독한 방구 냄새를 맡고도 도망가지 않게 되었다고 대답한다. 그렇다 아내는 나를 만나고 개그 센스가 생겼다.

나는 그대가 나를 변하게 허락했고
나를 변하게 한 그대도
그렇게 변한 내 모습도 사랑한다.

작가의 이전글 한 사람만 사랑하기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