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나중
최근, 김건희 전 대통령의 부인이 수천만원 상당의 반클리프 목걸이를 누구로부터 받았느냐라는 게 장안의 화제였다. 목걸이를 선물한 장본인이 이른바 김건희 특검에 자수하면서 밝혀졌다. 그 장본인은 바로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청운교회 원로장로)이었다. 언론에서는 그를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현재, ‘(사)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의 11대 회장이다. 2016년에는 자신이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시이오(CEO)의 기도』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봉관 회장뿐 아니다. 이배용 부회장(소망교회 권사, 국가교육위원장)도 금거북이를 김건희에게 바쳤다고 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국가조찬기도회’는 1935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된 ‘국제기독교지도자협의회(ICL)’의 지원으로, 1966년 2월 3일, ‘국제기독교지도자협의회(International Christian Leadership, ICL) 한국국회의원 조반기도회’라는 명칭으로 결성되었다. 당시 대학생선교회(CCC) 총재 김준곤 목사가 1963년부터 미국의 ‘국제기독교지도자협의회’ 관련자들과 접촉한 결과였다.
조선호텔에서 첫 모임이 있었는데, 20여 명의 국회의원이 모였다. 초대 회장은 공화당 소속의 박현숙 의원, 총무는 민중당 원내총무 김영삼 의원이었다. 기도회의 목적은 “당을 초월해서 당면한 공동과제를 기독교 정신으로 해결하고 국회 내에 명랑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국가 건설에 이바지”하려는 데 있었다.
1965년부터 ‘국회조찬기도회’라고 명칭이 변경되었고, 정파와 상관없이 김종필, 김영삼 같은 정계 거물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1966년부터는 박정희가 참석하는 ‘대통령조찬기도회’가 되었다. 이로부터 개신교와 박정희 군사 정권의 유착 내지는 공생이 시작되었다. 김준곤 목사와 박정희 정권과의 친분의 성과는 ‘全軍의 信者化’라는 ‘군 복음화 운동’과 ‘EXPLO 74’였다.
‘군 복음화 운동’은 군대 내에 좌익 침투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1969년 박정희는 김준곤 목사에게 군인들의 반공사상 및 정신 무장에 대해 자문을 구했고, 김 목사는 기독교 신앙의 전력화만이 군대 내 반공사상 무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군 신자화 운동’을 제안했다. 이에 반공을 국시로 내 걸은 박정희가 흔쾌히 응하면서 1969년 ‘전군 신자화운동’이 시작되었다.
‘전군 신자화 운동’은 반공(反共) 정신을 강화하고 군 조직의 사기와 정신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었다. 이 운동으로 1970년 11만 명이던 군 내 신자 수가 1973년 28만 명 가까이 급증하는 등 단기간에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1971~1974년 사이 새로 종교를 택한 장병 중 80% 이상이 개신교 신자였으며, 군목은 반공 사상의 전도사로서 반공주의 확산의 매개자 역할을 했다.
전군의 신자화 운동은 1970년대 한국 군대에서 반공 이데올로기 강화와 정신력 고양을 목표로 추진된 강력한 군-종교 결합 정책이었으며, 한국 개신교 성장과 반공주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EXPLO 74’는 1974년 8월,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개신교 민족복음화운동 대회로, 한국 개신교회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부흥 집회였다. 미국의 EXPLO ’72 집회와 1973년 빌리 그래함 서울전도대회의 영향 아래 개최되었다. 역시 CCC(한국 대학생선교회)와 김준곤 목사가 주도했다. 주제는 ‘예수 혁명’과 ‘성령 폭발’이었다.
1974년 8월 13일부터 18일까지 6일간 서울 여의도 5.16 광장(현 여의도공원)에서 진행되었으며, 연인원 655만 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84개국에서 3,400여 명의 외국 신도와 국내외 32만 명이 공식 등록했고, 참가자들은 합숙 훈련을 통해 대중 전도 및 민족 복음화 전략을 교육받았다. 각종 전도훈련과 설교, 성령운동이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이 집회로 산발적으로 일어나던 집회가 결집하는 계기가 되었고, 한국 교회가 사회적 위기 속에서 연합된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조찬기도회’가 만들어 낸 ‘군 복음화 운동’과 ‘EXPLO 74’는 박정희 정권의 성장주의와 한국 개신교의 번영신학이 맞물려 집회의 제목대로 개신교 신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한때 천만에 육박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처음부터 그랬듯이 정권과 밀착하여 반공주의와 한국개신교의 세력을 키우는데 기여해 왔다.
사단법인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법인설립 취지 전문을 보면, 기독교 정신을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는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국가 전 영역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여 국내외교회와 기독교 선교봉사단체 및 기독교 전문 사역기관과 협력하는 평신도 사역 운동이다.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는 연례 국가조찬기도회를 주관,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지도자들이 모여 국가와 민족의 부흥과 안녕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하고자 한다.
이런 거룩한 국가의 영적사역을 위해 기독교 기관 및 단체는 물론 모든 유관기관과의 연합과 일치 그리고 협력과 연대를 통해 하나님 말씀을 중심으로 섬김과 나눔의 사역을 실천한다.
특히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는 해외 선교를 위해 전 세계에 국가조찬기도회 설립을 위한 협력과 지원 사업을 중심으로 국제간 기독교 교류를 확대하여 해외 선교의 연대와 실천의 폭을 확장시켜 나가고자 한다.
하나님께 의탁하며 기도하는 연례 국가조찬기도회는 제35회 국가조찬기도회부터 사단법인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가 국가의 영적 자산이라는 책임성 전문성 체계성 지속성을 확보하여 나가고자 새롭게 법인화하여 국가의 영적 리더십을 갖고, 전국 16개 시·도지회와 해외지회를 창립하고자 한다.
국가조찬기도회를 통해 21세기 하나님께 쓰임 받는 나라와 민족이 되기 위해 간절한 기도와 말씀을 실천하여 세계적인 국가조찬기도회의 중심국가로서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고 그 선교사역을 땅끝까지 확산해 나가고자 사단법인을 창립한다.
다른 말은 차치하고, 마지막에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고”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그러나 하나님께 영광을 올린다는 말이 무색하게 정권과 밀착하여 이득을 보고자 하는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봉관 회장의 인사말을 들어보자.
다음 구절이 눈에 띈다.
앞으로 저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원하시는 시대적 소명감으로 한국교회가 하나님 보시기에 바로 설 수 있도록 함께 동참해 나갈 것이며, 정기적인 사회정화(환경)운동과 봉사활동 등으로 임원 및 회원들 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나아가 우리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예수님의 사랑이 물결처럼 번져나갈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여 헌신을 다 하겠습니다.
“한국교회가 하나님 보시기에 바로 설 수 있도록”, “예수님의 사랑이 물결처럼 번져나갈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여 헌신을” 잘 했었더라면 좋았으련만 …, 이봉관 회장과 이배용 부회장 뿐 아니라 아래 표의 국가조찬기도회의 임원들의 부도덕한 탐욕에서 볼 수 있듯이, 사익을 위해 가장 반신앙적 반기독교적으로 정권에 기생하면서 어찌 하나님 보시기에 바로 설 수 있겠나 싶다. 예수는 이런 사람들이나 집단을 “회칠한 무덤”에 비유한 바 있다.
50년 연혁을 자랑하고 있는 ‘국가조찬기도회’의 처음과 끝을 최태육 박사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의 글로 마무리를 갈음하고자 한다.
대통령 조찬기도회를 통로 삼아 국가권력과 기독교계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었다. 박정희 정권은 자신의 정책과 통치 이념을 지지할 수 있는 기독교 세력을 얻을 수 있었고, 기독교계는 권력의 인정 속에서 부흥과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조건들을 얻었다. 그런데 양자가 이렇게 밀착할 수 있었던 것은 김준곤 목사의 설교에서 발견되듯이 개발과 발전이라는 통치 이념과 성장과 부흥이라는 교회의 열망이 상호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조찬기도회라는 회랑(回廊)을 통해 국가권력의 통치 이념과 교회의 부흥 성장이라는 신념이 밀착되었고, 이러한 정교 밀착은 국가권력의 안정과 기독교계의 종교적 기득권 보장이라는 상호 이익을 가져다준 것이다.
-참고 자료-
최태육, “초창기(1965-70)의 국가조찬기도회,” 「기독교사상」 2018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