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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Jun 18. 2021

발레계의 나비부인?!

국립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

카타리나와 페트루키오의 티키타카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의 로코물이자 현대 정서와 삐그덕하는 고전물의 전형이다. 결혼식에서 부인은 남편에게 복종한다는 서약을 하던 시절 나온 문학이라 현대인이 보면 거북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발레는 화려한 의상과 춤사위가 감상 포인트라 공연장 나오는 길이 찝찝한 작품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정도가 끝이지만 오페라는 한 술 더 떠 아시안 패티시로 범벅된 작품도 인기작이다;; 요즘 오페라가 다른 클래식 장르와 달리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인 건 다 이유가 있다.


줄거리부터가 찝찝한 작품이라 무대에 올라가기 전부터 항의가 들어온 일은 이상한 반응이 아니다. 창작물이니까 적당히 봐주자는 한계를 넘어선 연출이 나오니 일반인도 보기 거북한데 조롱의 당사자라면 아예 보기 싫겠지. 더 오래전에 나온 라 바야데르도 인종 비하 문제 때문에 흑인 분장을 없애고 있는데 훨씬 뒤에 나온 작품은 수정해서 올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1&aid=0012424652


어정쩡한 시기에 나온 작품이라 안무를 수정할 때도 안무가 재단의 허락을 받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라 바야데르의 흑인 분장도 유럽에선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하는 걸 보면 말로만 약자 혐오하지 말자고 하고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요즘 스케줄을 보시고 모친께서는 예당에 출근도장 찍냐고 하신다. 공연 보러 가는 건 좋지만 일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매력적인 직장은 아니겠지...

비타민역에서 오페라하우스로 가는 엘베 앞에는 예당 미니어처가 들어와 있다. 개관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만든 미니어처인지 클래식 스타 양성소 한예종과 대중교통 원정러의 성지 비타민역은 존재하지 않는 장소입니다 모드이다.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예술의 전당의 발자취. jpg도 볼 수 있다. 11시 콘서트는 얼핏 보면 저걸 누가 보러 가 싶지만 저녁에 출근하는 직업 종사자들과 인근 구역 거주 중장년층이 주요 관객이랜다. 코시국 전에는 중장년층 친목회의 모임 코스가 11시 콘서트 관람 후 밥 먹고 커피 마시기였다는데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겠지.

오페라극장은 음악당과 달리 공연 종료시각 알림 시계가 붙어있다. 음악회는 앙코르를 얼마나 하는지에 따라 종료시간을 장담하기 어렵지만 오페라와 발레는 스토리가 끝나면 더 이상 할 게 없어서 커튼콜 시간 10~15분 정도만 더하면 정확하게 종료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 막차 시간이 다가오면 혈액이 증발하는 경기도 원정러에게 아주 조흔 시스템이다. 

돈 키호테 보러 갔을 때랑 달리 평일 밤공이라 오페라하우스는 으른들 모임으로 가득하다. 초딩 저학년 시절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호두까기 인형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졸았던 걸 생각하면 평일 저녁 공연은 어린이 여러분의 꿈나라 여행시간과 맞물려 으른 관객만 오나 보다.

규모만 보면 국립발레단 단독 공연인 줄 알겠지만 발레축제의 개막작이다. 클덕에게 교향악축제와 용수철 실내악 축제가 있다면 발레 덕후들에겐 발레축제가 있다. 축제 기간에 맞춰 열일 제쳐놓고 예당에 출석하는 건 기본이요 덕후 of 덕후는 모든 공연을 챙겨보는 완주 관람도 달성한다. 


역시 덕후들의 추진력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이일이다.

오페라하우스는 언덕에 걸쳐서 지어진 건물이라 공항처럼 출입구가 2층에도 있다. 사슴대에는 1층부터 3층까지 모두 출입구가 있는 건물도 있는데 이 정도는 양반이지.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20세기 초에 나온 드라마틱 발레다. 화려한 기교보다 스토리에 충실한 감정연기를 중시해 대사 없는 오페라 느낌에다가 음악은 이미 만들어진 클래식 음악을 사용해 클덕에겐 아는 곡 찾는 재미를 제공한다. 스카를라티 음악이라곤 피아노(키보드) 소나타밖에 모르는 바로크 음악 기피증 보유자는 음 스카를라티 스멜만 느끼고 왔다. 


TMI: 만약 여러분의 레슨 선생님이 스카를라티를 현대음악 작곡가라 한다면 심각하게 선생님 교체를 고려하길 바란다. 


오른쪽 귀퉁이를 보고 지금까지 이런 악기는 오케스트라 피트에 없었다 이것은 하프시코드인가 피아노인가를 속으로 생각했다. 정답은 둘 다 있었다는 게 함정이었지만;; 이런 큰 홀에 어떻게 하프시코드를 쓰겠어 싶다가도 아니야 스카를라티 곡인데 써야지 하는 마음의 소리들이 왔다 갔다 할 때 코심은 어떤 건반악기를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를 시전 했다. 


드라마틱 발레는 콩쿠르 영상으로 예습할 수 없다. 테크닉보다는 연기에 집중하는 데다가 짧은 시간에 실력을 빨리 파악할 수 있는 독무 배리에이션은 드라마틱 발레에서 키우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클래식 발레와 달리 줄거리를 모르면 뭥미만 외치다 관객석 불이 들어오니 오페라 보러 갈 때처럼 결말까지 쫙 읽고 가기로 예습을 대신하길 추천한다.  나는 초딩시절 튼*영어 리딩 교재 시리즈에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요약본으로 나와 영어 공부하며 강제 예습을 해 이번 공연 예습은 건너뛰었다. 


국립발레단은 앞으로 계속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선보이고 싶으면 카타리나와 페트루키오의 티키타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연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두 주인공이 무도 멤버들처럼 동등한 위치에서 티키타카 콩트를 벌이면 나름 원작도 살리고 현대 관객들의 정서도 맞춰 오래 흥행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카멜리아 레이디 좀 해주세요.... 단장님 특기 레퍼토리인데 언제 볼 수 있나요ㅠ)

     이번 후기 마무리는 오페라하우스 메인 엘베에 붙어있는 발레 그림으로.


덧) 공연을 보러 가며 단장님과의 만남을 살짝 꿈꿔봤지만 첫공이라 그런지 안 오셨다ㅠ 언젠간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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