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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Jul 30. 2021

나의 프랑스행 티켓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 86회 정기연주회

라벨, 라벨, 또 라벨


토요콘서트가 공연 취소의 늪으로 사라진 후 여마에님이 꿈에 나오기까지 하자 매일 예당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이 공연만은 무사히 열리길 기도했다. 이거까지 날아가면 공연 덕후 원통해서 못 삽니다ㅠ 나 같은 팬이 많은지 당일 아침에 살짝 확인해보니 r석은 매진, s석은 두 자리만 남을 정도였다ㄷㄷ 토요콘서트 날아가서 한 맺힌 팬들이 죄다 달려든 게 아닌가 싶다.

혹시나 콧구멍 위치확인 검사 통보로 반 자가격리 상태가 될까 봐 지난주 경기필 이후로 서식지를 벗어나지 않았다. 5월 초 k향 정기연주회에서 확진자가 나와 검사받느라 그날 경기필 공연을 날려먹었다는 덕후 동지들의 경험담을 듣고 지난주 목요일 공연은 건너뛰었다.

표 찾고 문 열어주는 시간 될 때까지 로비를 배회하다가 여자경 선생님과 마주쳤다. 반가움과 더불어 이번에 포토존도 새로 만들었다는 영업(?)도 잊지 않으셨다. 앗 방금 사진 찍은 그 포토존이 여마에님 기획이라니... 안 그래도 지난번 공연은 포스터 앞에서 눈치 보며 사진 찍었는데 맘 편히 사진 찍을 수 있어서 겁나 좋군.


평소에 면바지와 티셔츠만 입다가 갑자기 복장에 힘 준 이유는 모친을 동반한 자차 이용 덕분이다. 그러니 언제 다시 이런 착장을 볼지는 나도 모른다.

이번 공연 자리는 찐팬들의 명당 중블 1 열이다. 여자경쌤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관크 청정구역이 정가 3만 원 할인가 만 팔천 원이라니ㄷㄷ 옆동네는 3만 원이면 3층석밖에 못 가는데 역시 예당은 갓성비 공연장이다.


이제까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장송 행진곡처럼 무겁고 처지는 곡인 줄 알았다. 그래서 왜 오프닝에 이런 곡을 넣은 거야 싶었는데 이름만 그렇지 동화책 읽어주는 따뜻한 느낌이었다. 


라벨 피협은 1호 최애님이 첫 베를린 필 협연 때 연주해 제목만 익숙한 곡이었다. 성진 오빠 연주는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틀었다가 뇌내 빙글 뱅글 현상으로 재생목록 깊숙이 처박은 쓰라린 추억 탓에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직관을 하니 25분이 순삭되는 마술이 일어났다. 프헝쓰 중부지방의 고성과 알흠다운 정원이 뇌내 아른아른 현상으로 생생히 그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덴차가 2악장에 나오고 불협화음으로 배틀(?)을 벌이는 신선한 구성은 라벨 선생님이 근현대 작곡가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협연자 앙코르는 물의 유희,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 라 발스, 달빛, 아라베스크를 궁예 했지만 모두 빗나갔다. 요정의 정원은 제목조차 처음 듣는 곡이라 뭥미를 외쳤지만 알고 보니 어미거위 모음곡 시리즈에 나오는 곡이었다;; 앙코르라 피아노 독주로 연주할 줄 알았는데 하프와 타악기까지 합류하는 버전이었다ㄷㄷ 설마 여자경 선생님께서 편곡하신 건 아니겠지?


네가 오후 일곱 시 반에 온다면 난 아침 9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인터미션이 끝날 무렵 자리로 돌아오니 단상 앞에 웬 계단이 말뚝을 박고 있다. 순간 여마에님이 저 계단 위에 올라가서 or 천을 걷어내고 깜짝 등장하며 해설을 하시나? 했지만 2부 작품 설명을 위한 연극 무대장치였다. 지난번 연주회 때는 영상으로 작품을 설명했지만 시각 매체가 모티브가 된 음악답게  스크린은 무선생님의 헌정 대상자인 하르트만의 그림으로 채워졌다. 프로그램 북에 뜬금없이 극단 소개가 들어가 있길래 강남구에서 후원하는 극단 홍보하나? 했는데 극단 배우들이 작품 설명 연극에 나오는 거였다니.  


졸라맨의 그림은 조느님의 주요 레퍼토리로 유명하다. 고딩시절 차콩 본선에서 연주한 이후 2018년 리싸 투어 때는 2부 곡으로 나오더니 작년 리싸 투어에서는 무려 앙코르로 연주했던 전설의 곡이다. 그 이후 팬들은 아파트 벨소리로 나오는 솔파 시 도파레 도파레만 들어도 싸이 모드의 조느님이 생각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ㅎㅎ


라벨 파티에서 왜 갑분무소륵스키지 싶지만 관현악 버전 편곡을 라벨이 해서 들어왔다. 피아노 독주 버전으로 듣다가 몇 분 만에 껐어도 관현악 버전을 직관하면 느낌이 다르니 한 번쯤은 들으러 다녀오자.


오케스트라 앙코르는 볼레로, 물의 유희, 달빛을 궁예 했는데 멘선생님의 결혼식 퇴장곡이 당첨되었다. 역시 앙코르계의 펠레는 한 달에 두 번만 맞혀야 제맛이다.


클알못 모친은 이번 공연의 목표인 '눈꺼풀 부착 현상 없이 관람하기'를 초과 달성하셨다고 한다. 눈꺼풀 부착 현상은커녕 눈꺼풀 하강이 올 때마다 온갖 악기들이 온몸을 때려대서 정신이 확 깨셨단다. 역시 클음은 직관해야 겁나좋군?

와 내 손 진짜 작구나

이번 공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기획하신 여자경 선생님은 오늘도 팬들에게 둘러싸이셨다. 프로그램 구성이 임팩트가 없어서 다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셨다는데 아니 이런 프로그램 구성이 그저 그렇다고? 하긴 나부터도 라벨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으니까;; 


이날도 여마에님은 무대를 뒤집어놓으셨다. 습습후후 숨소리는 기본이요 점프에 발구르기까지 추가되어 팬들 심장 여러 개 뿌수셨다. 평소 관객들에게 팬서비스를 하는 지휘보다 단원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지휘를 추구하신다는데 무슨 소리죠 팬서비스도 잘하시잖아요ㄷㄷ 


다음 강남심포니 정기연주회는 언제일까? 진짜 12월까지 기다려야 하면 덕후 목 빠집니다ㅠ 작년처럼 10월에 정기연주회 끼워주실 생각은 없나요...


덧) 이번 공연 기획을 맡으신 여자경 지휘자님과 조은지 연출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덧 2) 플루트 수석님....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소심쟁이라 말도 못 걸었습니다;; (언젠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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