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합격 후 내가 학교를 선택한 기준
열심히 유학 준비를 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아마, 어떤 학교를 지원하는 게 맞을지, 어떤 학교가 제일 나와 맞을지 등이었던 것 같다. 나도 처음에 미국 유학을 결정하고 나서는 수많은 미국 미대 리스트를 보고 당황하였던 기억이 난다. 미국은 여행으로라도 안 가봤던 곳인데, 어떻게 지역을 정하고 어떻게 학교를 정하지? 그래서 일단 나만의 기준을 정하기로 했고, 이 기준은 추후에 합격 통지 발표 후 어디로 갈 것인지 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점은 미비한 학교 측의 지원이었다. 최신식 컴퓨터까지는 아니더라도, 디자인 프로그램 정도가 잘 돌아갈 수 있을 정도는 되었어야 하는데... 노트북을 무조건 사야만 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보니 정말 최악의 시설들이었던 것 같다. (학비에서 책정된 재료비는 도대체 어디로 쓰였던 건지..) 프린트도 맨날 외부 업체에서 알아보느라 애먹었고, 페인트칠을 해야 하거나 무언가를 만들 땐 과실 뒤 공터에서 밤에 몰래몰래 무언갈 만들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미국 학교를 선택할 때 내가 최우선으로 봤던 점은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학교에서 만들어주는지였다. SVA, MICA, SAIC, Calarts, ArtCenter 등을 비교해봤을 때 아트센터가 확실히 시설들이 완비되어있는 느낌이 많이 들었고, 이 점이 아트센터로 학교를 정하는데 큰 결정요소가 되었다. 아트센터는 프린터 시설뿐 아니라, 목공이나 무엇이든 웬만해선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샵, 학교 내에 미술 관련 용품 상점, 실크 프린트와 레터 프린트 시설까지 디자인에 필요한 웬만한 시설은 다 있었다. 학교 컴퓨터와 프린터도 매 학기마다 업데이트되거나 새로 교체되었고, 이 점은 정말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이 많이 되었다. (미국은 대부분 시설기반이 잘 되어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꼭 입학관계자를 통해서라도 확인할 것!)
늦게 유학을 가는 것이니만큼 나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취업에 대한 연계가 잘 되어있는지였다. 얼마큼 학생들과 졸업생들을 연계해주고, 취업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지가 굉장히 중요했다. 아트센터는 CPD라고 해서 커리어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짜여있었고 매 학기마다 인턴쉽과 채용을 하러 미국의 최대 규모 기업들에서 리쿠르팅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나 채용하러 오는 기업들의 리스트를 항상 나열해놓기 때문에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회사가 그 리스트에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그만큼 치열하고 경쟁이 셌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학교보다는 훨씬 더 우리가 한 스텝 더 적게 채용 프로세스를 거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애플 같은 경우에는 다른 학교에서는 거의 3단계(약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채용 프로세스)였던 반면에, 우리 학교에서는 그 자리에서 뽑아가기도 했으니(거의 인터뷰 1,2번만으로 약 1-2달의 채용 프로세스) 굉장히 이례적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졸업 전시는 그냥 전시회의 성격만을 띠는 게 아니라 직접 리쿠르터들이 방문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인터뷰를 보는 스피드 데이트까지 취업에 대해 학교에서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쓰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아트센터는 유학생들을 위한 라이팅 센터를 운영하기도 했는데, 리포트를 써야 하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유학생들에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 점이기도 했다. (이런 지원 같은 경우에는 다른 미국 대학들에도 흔하다고 들은 것 같음!)
유학은 단기 어학연수와 달리 몇 년 동안 내가 지낼 곳을 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날씨는 어떤지, 치안은 어떤지, 내가 그 도시에서 잘 살 수 있을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나는 평소에도 캘리포니아에 대한 로망이 컸고, 살기 좋은 주라는 얘기도 워낙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서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나 나는 추운 것을 싫어하고 오히려 더운 날씨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트센터가 위치한 패서디나는 (LA와 30분 거리) 나에게 최적의 날씨/생활 조건!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 치안도 좋은 동네라고 해서, 좀 더 안심하고 유학을 갈 수 있었고 실제로 가보니 정말 치안이 괜찮은 동네여서 살기가 참 좋았다. 요즘은 미국 부동산 앱 같은 곳에도 치안정보는 쉽게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은 구글링이나 앱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부분 같다.
다만, 캘리포니아 남서부는 꼭 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어느 정도 내가 간과한 부분이기도 했다. 중고차 관리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런 부분까지도 꼼꼼히 살펴보는 게 학교를 선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크게 생각해서 이 세 가지 기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고 이런 부분들은 아무래도 직접 학교를 살펴보지 않으면 확인하기 힘든 부분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유학을 생각 중이라면 학교 입학관계자들에게 집요하게 물어보는 것 또한 정보를 따내는 방법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