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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Apr 08. 2024

덕분에 칭찬

두근두근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 시간

정기 학부모 면담이 있다고 몇 주 전 학교앱으로 알림이 왔다. 가능한 시간을 선택하고 만날 약속이 적힌 알림장을 받았다.


‘아이는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있을까. 생일이 느려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느리다는 이야기를 하시려나.’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곧 일상의 분주함에 잊혔다.


그리고 며칠 후,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 마침 재택을 하고 있던 남편을 데리고 선생님을 만나 뵈러 갔다. 선생님은 텅 빈 교실을 지키고 홀로 앉아 계셨다.


“안녕하세요. 재민이 어머님 되시나요? 어머 아버님도 오셨네요.”


“네에. 안녕하세요.”


“재민이 어머님. 오늘 주신 사전조사서 자료를 보려다가 그냥 말았어요.”


당황했다. 왜 안 보셨을까?


“네에. “


“사전조사서를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재민이가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더딘 점도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빠른 정도예요.”


“정말 다행이네요. 안 그래도 생일이 조금 늦어서 걱정을 했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재민이가 친구들이랑도 잘 어울리고요. 또 가끔은 제 마음까지 헤아려 준답니다.”


“아 그런가요?”


“가끔씩 저도 사람인지라 힘들어할 때가 있는데요. 가끔씩 재민이가 그런 저를 보고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어요. 보통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은 많은데 재민이는 제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처럼 말하더라고요. 저도 재민이를 보면서 힘을 낼 때가 많습니다. “


선생님이 이 이야기를 해 주시는데 안도감이 드는 한편 눈물이 왈칵 났다. 애써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참으며 선생님 말씀을 들었다. 아이는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학기 초에는 내게 가끔 학교생활에서 이런 점이 힘들었다는 말을 지나가듯 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그냥 재미있다고만 한다. 그게 거짓말이 아니었나 보다. 선생님도 참 감사하게도 아이의 부족한 점보다는 좋은 점들을 더 발견해 주시고 그걸 북돋워주시는 것 같았다.


“정말 다행이네요. 사실 집에서는 응석이 많은 아이인데, 모든 게 다 선생님이 잘 지도해 주신 덕분인 것 같습니다.”


“뭘요. 저도 재민이 심성이 너무 고와서 어떤 부모님이 재민이를 이렇게 키우셨을까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


첫 아이의 1학년 생활, 엄마도 학부모 1학년이다. 아이도, 엄마도 부족하고 서툰 부분이 많을 터 선생님은 우리를 안심시켜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선생님과의 면담을 끝내고 나오는 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관계들 때문에 내가 하지 않은 일도 책임을 지거나 누군가의 불평을 들어주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날은 달랐다. 내가 하지 않은 일로 칭찬을 듣게 된 것이다. 그게 참 고맙게 느껴졌다.


아이를 데리고 오는 길, 아이에게 선생님을 만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재민아. 선생님께서 재민이가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친구들이랑도 잘 논다고 칭찬 많이 하시던데?”


“정말?”


“응. 그래서 엄마가 오늘 칭찬 많이 받았어. 재민이한테 고마워~~”


“응~~”


뿌듯해하는 아이의 얼굴 위로 환한 웃음이 번졌다. 행복한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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