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예쁠 줄 몰랐지
"진짜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네."
몇 번이나 시도했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집은 하늘이 정해 준 인연이라고 했던가. 정말 쉽지가 않았다.
한 부동산 아주머니는 집이 곧 나갈 것 같다며 우리에게 500만 원만 깎아 달라고 했다. 큰 맘을 먹고 부동산 복 비를 대신 내준다는 마음으로 500을 내렸다. 시세보다 500이 싸다는 건 큰 효과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보러 왔고, 우리는 사람들이 올 때마다 집을 깨끗이 치워두고 그들을 맞이했다. 20번째쯤 되었을까 드디어 그린라이트가 켜졌다.
"여보세요~ 부동산인데요. 정말 인연이라는 게 있나 봐요. 오늘 집을 보신 분들이 집을 계약하고 싶으시다네요. 그런데요...."
그린라이트는 켜졌지만 막상 집을 계약하겠다는 사람이 몇 천을 깎아 달라고 했다. 부동산 아주머니는 몇 천 까진 중개업자인 본인이 봐도 어렵고 500만 더 깎아달라고 했다. 속이 쓰렸지만 들어가고 싶은 집이 있기에 그러겠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몇 천을 깎아달라던 사람은 결국 우리 집보다 덜 마음에 들어 한 다른 집을 더 싸다는 이유로 계약했다고 했다. 멍했다.
"이제 그만하자."
우리 집은 참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평형 대비 널찍하게 빠진 구조도 그렇고, 학교가 가까워 아이가 길을 건너지 않고 통학할 수 있다는 점도, 숲이 가까이 있어 공기가 참 좋다는 점도 그랬다. 이런 많은 좋은 점들에도 불구하고 맞벌이를 하는 우리 부부로서는 회사에서 먼 거리가 큰 단점으로 다가왔다. 입주할 때부터 내 마음속에는 '이 집은 곧 팔게 될 집'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어차피 떠날 집이니 돈을 많이 들이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다른 집들은 대부분 선택했던 시스템에어컨이나 중문 같은 옵션들을 선택하지 않은 채 입주하게 되었다.
집과의 인연이 이렇게 깊어질 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끊으려고 하면 쉽게 끊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막상 몇 년을 더 살아가야 할 집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지금까지 집을 빨리 팔 생각만 했지 집에서 더 잘 살 생각을 많이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돌아보니 집에 들어올 때의 나는 미래만 생각하고 현재를 덜 중요시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지금을 잘 사는 건, 결국 미래의 내가 잘 사는 방법이다.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내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의 집에서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겠다 싶었다.
사실 마음으로는 에어컨을 달고 싶었다. 하지만 비용도 비용이지만 살다가 에어컨 공사를 했던 사람들이 너무 큰 공사 규모와 먼지에 혀를 내두르는 걸 보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남편이 에어컨은 너무 일이 크니 중문을 다는 건 어떻냐고 이야기를 해왔다. 중문만 달아도 겨울에 외풍을 막고 소음도 좀 적어질 거라고 했다. 시간을 들여 인터넷으로 중문 업체를 수소문하고, 업체에 연락을 해 상담을 받았다. 요즘 유행하는 깔끔한 디자인의 중문을 골랐다. 시공 전 실측을 하고 백 얼마가 되는 크다면 큰돈을 부쳤다. 마지막으로 중문 업체 시공 팀장님이 우리 집에 와서 중문을 짠 하고 달아주셨다.
'예쁘다! 진짜 예쁘다.'
이렇게 예쁠 줄 몰랐다.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아니. 아니다. 처음부터 모든 게 다 갖추어져 있었더라면 오히려 못 느꼈을 수도 있는 행복함과 뿌듯함이었을 거다. 집이 달라 보였다. 더 예쁘고 소중해 보였다. 집은 그대로였는데 말이다.
조금 늦게 알았지만 그래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지금을 잘 살고 싶다. 잘 살 거다. 중문이 가르쳐 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