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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마타타 Dec 23. 2022

우리는 누군가의 산타다

누구에게나 산타는 있다

“1301호 애기 엄마, 딸 잘 키웠어요. 아이에게 고맙다고 꼭 전해주세요.”

라고 하시며 우리 동을 청소해 주시는 분께서 과자 한 봉지를 쥐어 주신다.

영문을 알 수 없어서 이걸 왜 주시냐고 물었다.

어제 아파트 1층 현관을 청소하고 있는데 아이가 “수고하십니다.”라고 하면서

주머니에 있던 핫 팩과 말랑 카우 하나를 건네주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몇 호에 사냐고 물으니 우리 집 호수를 말했단다.

아이에게 주라고, 아침 일찍 초인종을 눌렀다고 하시면서 과자 한 봉지를 주셨다.


아침부터 내가 선물을 받은 거 마냥 기분이 좋았다.

아이가 학교를 가서 과자를 당장 전해 줄 수는 없었다.

평소보다 더 사랑스러운 딸을 기다리는 나는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아이에게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

핫 팩과 말랑 카우는 학교에서 모둠게임에게 이겨서 선물로 받았단다.

날씨가 추운데 고무장갑을 끼고 청소하고 계시는 모습이 감사해서 드렸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저번에 그래서 똑같이 한 거란다.

내 기억에도 없는 일을 아이가 말을 해서 당황을 했다. “엄마가? 언제?”라고 되물었다.

“여름에 경비 아저씨께 아이스크림 드리면서 ‘수고하세요’라고 했잖아.”라고 한다.


한 여름의 하루 중 아주 작은 일을 기억하고 나랑 똑같이 했다는 말에 놀랐다.

아이는 부모의 뒤통수를 보며 큰다는 말을 실감했다.

오늘의 일은 내가 잘한 일을 아이가 따라 한 것이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부끄러운 일을 하면 그것 역시 아이가 따라 한다는 생각에 무서워졌다. 내가 더 잘하는 수밖에.    

 



4년째 공부방에서 수업을 하는 아이가 있다.

성격도 좋고, 수업태도 좋고, 열심히 하는 아이이기에 유난히 사랑스럽다.

3학년 때 와서 올해 6학년이라 이제 졸업하면 나와 수업을 하지 못한다고 매일 시간 가는 게 아쉽다고 말도 예쁘게 한다.

이런 아이가 오자마자 사과 주스를 하나 내민다. 학교 급식에서 나왔는데 친구가 안 먹길래 자기를 달라고 해서 주머니에 넣어왔단다.


를 주고 싶어서. 이 말 한마디에 심쿵했다.


학교 급식에서 나오는 사과 주스를 엄마도 아닌 공부방 선생님을 주고 싶어서 챙겨 온 아이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밖에는 눈이 오는 날이었지만 마음만은 봄날의 햇살이었다.


         


패딩을 입었어도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드는 날이라 집 앞의 국밥집으로 갔다. 먹고 싶던 메뉴가 주문을 할 수 없단다.

그래서 같은 걸 두 개 시키고 기다리던 도중에 꼬마 아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 들어왔다.

그 가족 역시 우리가 시키려고 했던 메뉴를 시키려고 하는 소리가 들려서 남편이 뒤돌아서는 그 메뉴 지금 안 된다고 말을 해 주었다. 사장님께서 몸이 좋지 않으셔서 할 수 없는 메뉴라는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그 가족은 다른 걸 시켰다.

그러고 나서 아이가 오더니 작은 솜사탕 한 봉지를 딸에게 내밀었다.

“엄마 아빠가 감사하대요.” 작은 소리로 말해 주었다.


우리처럼 사장님께 주문을 하면서 알게 되면 사장님께서 설명을 해 주셔야 하고, 다시 메뉴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예상되었기에 그런 수고를 하지 말라고 전해 준 말 한마디가 달콤한 솜사탕이 되어 돌아왔다.     



이런 경험은 어느 누구에게나 한 번씩 있는 일들이다.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겪는 작은 일들로 마음이 뜨끈해지는 걸 느낀다.


미화원 분께는 우리 아이가, 우리 아이에게는 미화원분이 서로에게 산타가 되어 주었고,

나에게는 사과주스를 건넨 6학년의 예쁜 소녀가,

말 한마디로 한 가족에게, 그 가족의 아이는 우리 가족에게 따뜻함을 선물해 주었다.     


우리에게는 늘 산타가 함께 한다.

그리고 우리도 누군가에게 산타가 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에만 산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든 순간, 모든 곳에, 어떤 모습으로든  항상 산타가 함께 한다.


그래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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