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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다해 Feb 14. 2021

곱버스에 물린 자의 반성문

코스피 3,000 시대

십여 년간 '박스피'라고 놀림받던 KOSPI 지수가 2021년 1월 3,000을 돌파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2020년 3월 1,457까지 곤두박질쳤던 것이 고작 10개월 전이었다. 이대로 경제가 무너지나 했는데 동학개미들이 달라붙더니 주가가 급등하는 V자 반등을 이뤄냈다. 상승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고 지난해 11월 말부터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 이어가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코스피 3000을 축하하는 기사

모두들 축포를 터트리는 이때 웃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니 바로 곱버스'KODEX 200 선물 인버스 2x'에 물려있는 자들이다. 곱버스는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 인버스(인덱스의 리버스 상품) 변동폭의 2배로 움직이는 상품이다. 주가가 1% 오르면 곱버스는 2% 떨어지고, 주가 2% 떨어지면 곱버스는 4% 지수가 오르는 구조이다. 이 상품의 위험한 점은 추종하는 지표가 10 내렸다가 다시 10 오른다고 해서 20만큼 다시 가격이 올라오지 않는다는데에 있다. 이론적으로는 주가가 계속 위아래로 약간씩 움직이며 횡보할 경우 투자금이 0에 수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을 레버리지 침식 효과라고 한다.)


출처: https://intrinio.com/blog/breaking-down-the-danger-of-leveraged-etfs


지난해 코로나로 실물경제가 엉망이 되면서 주가가 빠질 것이라 생각해 곱버스에 투자한 사람들이 많았다. 코로나 상황은 계속될 것처럼 보이고, 실물경제는 계속 엉망인데 주가만 이렇게 계속 오르다가 곧 거품이 빠지는 하락장이 올 것이라 예상하고 곱버스에 올라탄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코스피는 무서운 상승세로 전고점을 돌파하며 위로 위로 올라만 갔고 타이밍을 놓쳐 빠져나오지 못한 투자자들은 곱버스에 물린 채 빨간 글씨의 마이너스 몇십프로를 그저 바라보게만 된 것이다.


내가 바로 그중 한 명이다. 나도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귀한 내 돈이 곱버스 아주 높은 지점에 물려있다. 코로나로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기사를 매일 보고 들었고,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 곧 조정장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 이 곱버스에 올라탄 것이다. 


왜 -73%가 될 때까지 빼지 않았는가 묻지 말아 주기 바란다. 나도 어쩌다 이지경까지 갔는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엔 이걸 어쩌나 싶고, 조금이라도 내려가면 팔아야 하나 고민도 하고 했었다. 그거나 우물쭈물 타이밍을 놓쳤고, 코스피가 이만큼 올랐으면 이제 내려갈 때도 됐는데 싶어 팔지 못하고 계속 들고 있었다. 이제는 -73.85%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진짜 이걸 어째야 하나 쳐다만 보고 있는 중이다. 


최근 김승호회장의 '돈의 속성'을 읽으며, 정말 훈장님한테 종아리를 세게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돈에대한 저자의 철학과 투자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인데, 읽다보니 정말 저자가 하지말라는 짓만 골라서 한게 바로 나의 곱버스 탑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에 큰 경험도 없으면서 무작정 뛰어들었고, 계획 없이 돈을 투자 했고, 심지어 레버리지에 손을 댔다. 


이들 중 손실을 보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그냥 따라 들어왔다.
둘째 무엇을 살지 계획이 없다.
셋째 돈의 힘이 약하다.(중략)
 남들이 주식시장에 100년 만에 온 기회라니까 단숨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모아서 한시가 급하게 덜렁 보내 놓고 본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주식에 겁없이 거액을 들여보낸 것이다.(중략) 빌린 돈으로 주식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 두세 배의 레버리지를 써서 상품을 사기도 한다. 목 뒤에 칼을 든 협박법과 같이 일하는 것이다. 이런 돈이 섞여 있으면 멀쩡한 돈도 같이 상해버린다. 
by 김승호, 돈의 속성


책을 읽으며 내 투자 실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며 반성문을 적어보았다.


1. 돈의 속성: 자신이 아는 분야에 투자해라.


내겐 수없는 제안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거절하면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중략... 이유는 두 가지다. 이익이 너무 많고 사업모델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 아니라면, 사고가 생겨도 사업을 제어할 수 없고 예상이익이 많다는 예측은 리스크도 크다는 뜻이다.
by 김승호, 돈의 속성


김승호 회장은 아무리 좋은 투자라도 자기가 잘 알지 못하는 것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원래 주식을 많이 하던 사람이 아니다. 항상 예적금만 드는 스타일인데, 최근 들어 은행이자가 너무 낮아 아무리 복리효과를 누린다고 해도 은행에 돈을 두는 것이 잘하는 짓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쏠쏠하게 수익을 얻는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나도 주식을 해야만 할 것 같아 잘 아는 분야도 아닌데 별 준비도 없이 뛰어들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레버리지라니... 다시 생각해도 내가 좀 너무했다.


2. 돈의 속성: 이런 곳에 나는 투자 안 한다.

돈 역시 우울하고 어두운 것은 멀리하기를 권한다. 같이 있는 돈들이 떠날까 걱정된다.
by 김승호, 돈의 속성


주식을 보유하고 돈을 벌려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선택이 좋지 못했다. 김승호 회장은 남에게 생명이 사라져야 자신에게 수익이 생기는 사업과 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쟁 관련 회사나 총기, 마약 같은 분야 말이다. 그뿐 아니라 회색 지역에 있는 누군가의 슬픔을 통해 돈을 버는 것도 피한다. 그런 일도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곱버스를 사며 일부러 내가 누군가의 불행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한 건 아니지만 하락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곱버스에 투자한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주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항상은 아니지만) 경제가 나빠진 다는 것인데 그에 기대 돈을 벌려고 했다니 의도가 좋지 않았다.


3. 돈의 속성: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다.

주식은 파는 것이 아니라 살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중략... 배당이 나오는 주식이라면 평생 팔지 않아도 된다.
by 김승호, 돈의 속성


저자는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좋은 주식을 구입해 보유하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저자는 주식 보유 기업에 아주 중대한 이유가 생기는 것이 아니면 팔지 않는다고 한다. 투자는 오래 묵혀두고 천천히 수익을 얻는 것이지 짧게 치고 빠지는 게 아니라고 했다. 내가 곱버스를 탈 때 나는 계속 보유할 생각으로 구입하지 않았다. 적당한 시점에 좋은 가격으로 팔아 수익을 남기려 했다.


책 대로라면 저자가 하라는 정 반대 방향으로 가며 망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저자는 사업을 권하고 주식을 사라고 권하지만 절대 빨리 부자 되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돈을 투자하지 않고 놀리는 일이야 말로 가장 나쁜 투자지만 이런 류의 투자는 투자라고 할 수도 없고 도박이며 마약이라고 말한다. 혹여 이번 기회에 성공을 맛보았다면, 이런 마약에 취해 계속 작전주만 찾아다니며 쉽게 빠르게 돈 벌 요령만 찾으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제대로 투자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잘 생각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내 곱버스는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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