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래엔 Nov 24. 2020

제 동생 취미는 뒹굴기입니다.

사람 이야기 - 3. 삶의 정답?

형, 여행 가자!!


 어렸을 때부터 운동만 알던 동생은 학창 시절 공부를 등지고 체육만 하다가 자반증(지혈이 안 되는 병)이라는 병을 얻고부터는 운동을 그만두고 일을 하겠다고 전문대학을 들어갔다. 그 후 졸업과 동시에 21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했다. 학교는 집 앞, 회사는 제주도에 인적 드문 건설현장, 그나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군대는 면제를 받아 그의 세상은 더욱더 좁았다.


  어려서부터 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그래서 타 지역으로 대학을 가고 타국가에 어학연수를 가며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사귀었다. 이렇게 사람들과 친해지고 여러 나라의 여러 문화를 체험하려는 나완 달리 내 동생은 좀처럼 집 밖을 나가려 하지 않았다. 어쩌다 한번 나갈 때도 동네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쉬는 날은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않고 뒹굴거리는 게 최대의 행복이라 했다. 내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내 인생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공존하던 하마와 악어 같은 관계는 같이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서 영역싸움을 하게 되었다. 가기 전까지는 의외로 순조로웠다. 여행 계획을 짤 때 제일 많이 싸운다는데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움직이며 현지인들에게 물어물어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와 계획을 짜지 않고 호캉스를 즐기며 생각나는 걸 하려는 동생은 이런 면에서 하등의 싸울 일이 없었다. 문제는 여행지에 와서 발생했다. 나는 여기까지 왔으니 이곳저곳 물어보며 그 나라의 문화를 느끼려 했고 동생은 호텔에서 수영이나 하며 룸서비스나 먹자고 했다.


"아니 이럴 거면 왜 해외를 나와? 그냥 국내 호텔에나 있지...?"

"형 국내 호텔과는 다른 뷰와 이 나라의 음식이 룸서비스로 있잖아?"

"고작 그거 느낄라고 이 많은 돈을 쓰니? 돈이 너무 아깝잖아?"

"난 고작 이런 거에 이 많은 돈을 쓰는 게 안 아까운데?"

"너 지금 안 나가고 저 관광지 안 가면 한국에 돌아가면 100프로 후회해."

"후회를 해도 내가 하고, 지금 이 순간의 선택도 내가 하는 거야, 형도 형 하고 싶은 거 하면 돼!"

"......"


 할 말이 없었다. 나와 사고가 너무 다른 인간이 내뱉은 말에 모두 부정해줄 거야 하고 다짐한 대화였지만 논리나 신념면에서 모두 보기 좋게 졌다. 나도 나 하고 싶은 거 하면 됐다. 대화 전엔 난 맞고 넌 틀렸다 생각했다. 적어도 여행은 내 전문분야고 너보다 많은 나라를 다녔으며 배경지식, 친화력, 언어능력 모든 게 위라고 생각하며 접근했었고 평소 세상엔 정답이 없고 내 세상 내가 만들며 살아야 한다고 배우며 살아온 나도 결국 마음속에 정답이란 게 있었나 보다 그렇게 난 혼자 호텔 밖을 나왔다. 뒤늦게 동생이 전화했는데 아마 동생이 생각하기엔 내가 삐져서 나간 줄 알았던 것 같다고 생각할까 봐 그런 거 아니라고 혼자 여행을 즐기는 중이니까 걱정 말라고 하며 정말 혼자 여행을 즐겼다.


 그 후 그다음 날 조식을 먹으며 그날 계획을 공유했다. 나는 오전엔 머드 온천을 갈 거고 오후엔 놀이동산을 갈 계획이라고 말해줬다. 동생은 오전엔 호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며 그때 마실 커피를 고르고 있었고 오후엔 놀이동산 계획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우린 각자 하고 싶은걸 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마지막 날 밤엔 같이 맥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호캉스 어땠어?"

"좋았어, 여기 김치찌개가 맛있더라고."

"아? 김치찌개도 팔아??"

"ㅇㅇ 꿀맛, 형은 머드 온천 어땠어?"

"아 거기서 파인애플 커리 먹었어."

"커리에 파인애플? 개 싫어"

"맞아 별로야 그리고 펍을 갔는데 바다가 보이더라"

"아 그래? 그때 그럼 가볼걸...."

"그래, OO OOO OOOO..."


 첫날의 나였다면 저 빈칸에 들어갈 말은

'봐봐 내말을 들어야지'


 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난 동생의 후회도 동생이 알아서 생각하고 판단할 거라 생각하기에 빈칸에

'그럼 다음에 한번가봐'


라고 채워 넣었다. 동생은 성인이다. 성인은 후회도, 실패를 극복할 때도, 선택도, 성공도, 혼자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뜻이다. 인생엔 정답이 없다. 보편적으로 원하는 삶을 산다 해서 정답이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보편적이지 않아도 내가 만족하면 행복한 삶이다. 물론 행복하지 않은 삶도 있고 그 삶도 틀린 것은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시간, 강하다. 재미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