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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엔 Oct 27. 2020

 대화 부족 2부_(쉬운 위치에 있는 어려운 사람)

회사 이야기 - 상사가 보는 신입

(1부가 있습니다.)


681개월의 일기

 오늘 우리 회사에 신입이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아주 환영할 일이지만 다들 각자의 이유로 나와 신입 단 둘이 30일 정도를 지내야 한다.

 '아 뭔 얘기하지, 뭐 좋아할까?, 초콜릿?, 단거 싫어하시면 어떡하지..., 점심은 어떡하지,......., 아 중간 대리 아니 아니 다리 없이 어떻게 친해지냐고... 안 그래도 어려운데, 연차 쓸까?' 


 연차를 못 썼다. 그리고 난 회사다....

(퀭한 얼굴로) 안녕하세요. 차장님

(뭐지 왜 이렇게 뚱해 있지? 아침을 못 먹었나?) 어 그래 초코바 좋아해?

(순간 찡그리며) 아 제가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어서... 근데 극복하겠습니다.

(아침이 아니라면 숙취인가?) 아니야 뭔 극복 그냥 자리에서 편히 있어.

나는 어제부터 준비했던 초코바로 대화를 유도하려던 계획이 거하게 까이고는 담배 한 대 생각났고 피면서 뭔 대화를 할지 생각했다. 아마 숙취 때문에 표정이 어두운 걸거라 생각이 종결됐고 이따 점심에 찌개나 국밥 한 그릇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난 센스 있는 상사야 라고 뿌듯해하며 말했다.

 

 "점심에 찌개 어떤가?"


 표정이 더 어둡다. '아 국밥을 했어야 했나..'라고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신입이 예약을 한 뒤라 늦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린 찌개 집에서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메뉴를 서로 눈치를 보며 먹었었다.(ㅋㅋㅋ)

 나는 찌개를 먹으며 업무에 대한 얘기 중 정말 고르고 골라 압축 요약해서 몇 가지만 말해줬으나 제대로 알아들은 건가 싶어 또 말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그리고 다시 정적이 왔고 너무 나도 지루 해서 결국 버릇처럼 나오던 호구조사를 좀 했다.

 어쩌겠는가 옛날 사람인 내가 30년 동안 듣고 대답하며 살아왔는걸 누구 하나 잘 못 된 거라 말해주지 않았고 저때도 난 몰랐다. 그 후 신입에 대해 조금 파악했다고 생각이 들고 신입 아버지와 내가 같은 동네 출신인걸 알았을 땐 이상하게 반가웠다. 결국 대한민국은 학연 지연 혈연 아닌가 그래서 잘 챙겨주며 업무에 대해 내 노하우도 알려 줬다.


 그런데 업무를 보니 실수하기 딱 좋게 하는 걸 보고는 나는 나의 노하우를 공유해주고 혼자 뿌듯해하던 중 다시 보니 원래의 방법을 수하고 있길래 '뭐지?' 하고 뒤에서 유심히 쳐다봤는데 엑셀 함수 쓰는 게 아주 능숙한 게 저렇게 일처리를 할 수도 있구나 싶어 한 10분은 멍 때리며 신입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나는 너무 배우고 싶었으나 아까 노하우를 알려준답시고 오지랖 부렸던 게 기억이나 얼굴이 화끈거린 채 자리로 돌아갔다. '아 괜히 나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요즘 사람들이 궁금했고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수직적인 회사에서 차장이라는 자리에 있다 보면 아무리 안 그럴라고 애써도 권위적으로 변하는가 보다 그래서 도저히 맨 정신으로 이제 갖들어온 신입에게 업무 좀 가르쳐 달라고는 못 하겠어서 저녁에 소주 한잔 하자고 했다. 돈 10만 원으로 소주 한잔 사주는 편이 회사 내에 나의 체면 값에 비하면 싸게 느껴졌다.


 한창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는 분위기가 무르익어 빈틈이 살짝살짝 보일 때쯤 본론을 들어냈다. "저기 아까 그 방법 좋아 보이던데 좀 알려줄 수 있겠나?" 힘들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그래서 공과사를 정확하게 나눌 수는 없다. 적어도 수직적인 분위기의 회사에 있는 나는 더 그런 편이다. 과장, 팀장, 차장 근 10년간 명령을 내리는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대화를 잊어버렸다. 다시 말하면 업무시간에 실컷 명령하다가 퇴근 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화를 하는 게 어려웠고 굳이 어려운걸 안 해도 될 위치에 있어 서서히 대화법을 잃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남의 말을 들어야 할 귀는 퇴화하고 입만 진화되어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신입의 업무수행 능력은 내 막힌 귀를 뚫어줄 정도의 충격을 줬고 나는 다시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왼손으로 젓가락질하는 것처럼 힘들었다.


 예전에 주로 쓰는 손인 오른손을 다쳐서 왼손으로 생활한 적이 있었다. 내 오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글 쓰는 법, 양치하는 법, 젓가락질하는 법을 모를 리 없다. 엄지와 검지 등등을 이용하면 되는 것쯤은 다 안다. 그래서 왼손도 잘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따라주지 못했다. 너무 어설프고 뇌는 명령을 내리는데 손에서 받질 못 했다. 그때 난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뭐든 해봐야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진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그냥 한 번 물어보면 될 것을 이렇게 한참을 돌아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그리고 내 질문에 뜸 들이는 사원을 보며 오랜만에 긴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아 이건 제 노하우라 아무나 드리는..." 아 역시 어린 사원의 마음에 문을 열기엔 내가 너무 늙어버렸구나라고 생각하던 차에

 "생각이 젊으신 차장님이라 내일 오전 중으로 메일로 쏴 드리겠습니다!!" 신입의 대화는 쉬웠다. 대화가 너무 시원시원하니 쉽게 했다. 대화는 듣는 게 선행이다 라는걸 다시금 깨달았다. 듣고(이해하려 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이 기본적인걸 나는 지금껏 묻기만 했다. 그렇게 퇴화되지 않은 귀를 가진 신입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고 싶어 추후에도 계속 대화를 시도했고 신입도 잘 받아주었다. 그렇게 욕 빼면 다 들을 수 있는 귀가 만들어지고 나는 신입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친구는 부르지오 아파트에 살고 아빠는 선생이며 내 동네 선배고, 여자 친구는 병원일을 하며 차는 중형차를 타는 게 아니라 우리 조원민 사원의 아파트엔 고양이 두 마리가 있고 회식 때 첫 잔은 소맥을 마시며 쉬는 날 배드민턴 하는 걸 좋아하고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있는 걸 즐기는 친구란 걸 정말 늦게 알았다.


대화는 듣는 게 선행이다.


글의 의도 : 세대갈등은 주로 대화의 부재에서 온 다는 것을 느꼈고, 세대별로 생각이 다르단 걸 2부작으로 각자의 입장을 표현해서 서로를 보다 더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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