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골은 포근한 안식처

by 산채

3.1절이라 연휴가 시작되어 시골집으로 갔다. 내가 요리 솜씨가 없어 시장에서 반찬을 몇 가지 사서 준비를 하고 남편은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마를 해주면서 외출 준비를 한다. 시골에 가는 거리가 자가용으로 무려 4시간, 왕복으로 8시간이 소요가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혼자 가려 해도 7시간이나 소요되기 때문에 이제 나도 지쳐서 혼자는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께 내일 아침에 갈 거라고 전화를 드리니 아침 일찍 나오라고 한다. 아니 비 오니까 천천히 나와라 해도 될 것인데 굳이 그리고 시골에 가봤자 할 것도 없는데 일찍 나오라고 하신다. 내가 한소리를 했다. 일찍 나가도 점심때나 돼야 도착해요 하고는 내일 출발할 때 다시 전화할게요 하고 말았다.

주야한테는 따로 준비하는 게 있어서 시골에 가자고는 못하겠고, 현이한테 집에 있으니 동행하자고 했더니 좋아 함께 가자고 하다. 그런데 엄마가 시골 가서 할 것이 있다고 하자 뭔데 하면서 나한테 얘기하면 가서 얘기해 줄게 하길래 냉이 캐고 윷놀이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알겠다면서 동행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며칠 전부터 발목의 인대가 늘어났는지 깁스를 해서 동행하는 걸 못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도 걱정하실 거고 걷는 게 불편하다고 다음번에 가기로 했다.


타지에 있는 자식이 보고 싶기는 하지만 장거리니까 편안하게 천천히 오라고 할 법도 한데 부모들은 자식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급하시다. 난 딱히 준비할 것도 없어서 갈아입을 옷만 대충 챙기고, 남편한테 안마해 주고 나도 쉬었다.

아침에 베란다 밖을 보니 흐리기만 하다. 다행히 비는 안 오는 거 같아 안심은 된다. 고속도로를 타고 시골로 가는 길이 여행 삼아 바람 쐬러 나가는 샘 치자고 남편한테 얘기를 하면서 갔다.

시골에 가니 동네가 조용하다. 아직은 날씨가 춥다. 패딩 코트를 안 입으면 안 되는 바람이 차가운 날씨이다. 부모님은 몸이 성치 않으셔도 우리를 반겨주시는데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난 차에서 내리자마자 집 앞에 논두렁을 봤다. 냉이가 있는지 없는지 있으면 캐려고 했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차다. 호미 들고 캘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가니 훈훈하니 좋긴 하다. 부모님과 안부 인사하고 점심이라 부모님이 끓여놓은 삼계탕 한 그릇을 먹고 난 건강을 확인하고 남편은 잠시 낮잠을 잔다. 그동안 나는 텃밭에 나가보니 쪽파가 한가득 있고, 수돗가에는 아버지가 일부러 텃밭에서 직접 길렀다는 냉이 한대야가 데쳐져서 물속에 담겨있었다. 난 데쳐져 있는 냉이가 반가웠다. 바람이 차서 논두렁 같은 데를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난 엄마가 다리 운동 삼아 아버지랑 함께 캐길 원하면서 냉이 나올 때 캐주세요 했더니 2년간 캐서 얼려놓으시면서 한 팩씩 꺼내드시고 나도 갈 데마다 세 팩씩 주곤 하셨는데 아버지도 기운이 달리고 다리도 아파서 이제는 캐기도 벅차다고 하신다. 그래서 냉이가 쇨 때 꽃이 피는데, 그 꽃에서 씨를 받아 텃밭에 키우셨다고 한다. 그 덕에 먹음직한 냉이가 두 소쿠리가 생겨난 것이다. 소쿠리에 가득 담아서 물 빠지게 해놓고는 아버지가 비닐팩에 담자고 하시면서 커다란 배 크기만큼 한 움큼씩 두 손으로 잡고는 물을 꽉 짜서 나에게 주시며 비닐팩에 담아서 납작납작하게 펴서 담으라고 하신다. 난 비닐팩을 한 장, 한 장 뜯으며 눈대중으로 어림짐작으로 수량을 맞추어 놓으면서 엄마가 받아서 넣어달라고 했다. 난 간단히 풀 수 있도록 매듭을 지었다. 엄마는 냉이를 담으면서 이건 실이 거, 실이는 전화통화를 자주한다. 그리고 시간 있을때 간헐적으로 시골에 다녀간다.엄마는 그래도 실이도 오면 좋겠는데 난 뭐든지 주고 싶어 하면서 담고, 이건 막내도 오면 좋겠구먼 하면서 막내 거, 이건 며느리 거 며느리는 언제든지 와서 가져가니 괜찮고, 우리 올케는 친정이 나의 친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므로 한번씩 다녀가므로 엄마는 며느리는 자주 온다고 하시는거다. 이건 너희 거 하면서 행복한 얼굴로 싱글벙글 웃으면서 담고, 아버지도 빙그레 웃으시면서 한 움큼씩 두 손을 배 감싸듯 물 빠진 냉이를 힘껏 꽉 짜신다. 한 12봉지는 담은 거 같다. 난 4 봉지 챙기는데 아버지가 타지에서 왔다고 옜다 한 봉지 더 가져가라고 한 개 더 주시면서 우리는 냉이를 얼려서 여름에도 국 끓여 먹어하시는 거다. 냉이를 한 움큼씩 담고 바리바리 포장하는 부모님 모습에서 이렇게 뭐라도 주려는 모습이 부모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유랑 우 엄마한테도 냉이 얘기를 했더니 자기들의 친정 동네에는 냉이 아줌마들이 다 캐러 다녀서 냉이가 아예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 엄마도 하는 말이 냉이 나는 곳이 따로 있다고 한다. 주로 밭이란다. 그러자 이 엄마가 그렇나 밭에서 나는가 물으니 그렇다고 하면서 그러니 냉이 아줌마들이 이곳저곳 다 돌아다니며 캐간다고 한다. 내가 아버지 얘기를 하면서 냉이씨를 받아서 텃밭에서 가꾸었다고 하니 그렇게도 할 수 있나 보네 하면서 신기해한다. 부모님이 거동이 불편하시니 냉이가 쇠서 꽃이 피고 먹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씨만 받아서 키운 거라고 아버지가 얘기했다고 하니 그렇게 해도 되나 보네 잘하셨네 하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환절기에 아낙네들처럼 냉이캐러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지만 부모님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캘 상황도 아니니 직접 텃밭에서 기르신거다. 그러니 부모님도 편하고 나도 냉이를 먹을수 있어서 좋지라고 했다.

텃밭에는 쪽파가 내손 쫙 펴서 엄지와 새끼손가락 크기로 작아서 뽑기엔 어린데 안 뽑으면 4월쯤 되면 양이 많겠다. 그래서 한 움큼만 솎으려 했는데 아버지가 안 솎아 주면 나중에 쇠서 먹지도 못 혀 하면서 듬성듬성 그나마 굵직한 쪽파들만 뽑아서 나 있는 곳으로 살살 던지신다. 난 많이는 필요 없다고 하면서도 요즘 쪽파가 한단에 만원가까이 해요 하면서 한포기씩 흙을 털어내면서 함지박에 담았다. 집에서 다듬으려고 그리고 마당에서 다듬어도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쪽파를 한포기씩 갈라서 흙만 살살 털어내면서 정리를 했다. 그리고 집의 거실로 곧장 들어가서는 평소의 습관대로 신문지를 찾았다. 그러나 이곳은 시골인지라 신문지가 아닌 함지박을 경이 준비해 놓았고, 아버지랑 경이,내가 다듬어야 했다. 나는 칼로 파뿌리를 제거만 우선 대충해서 내 오른쪽으로 놓으면 부모님과 경이는 다듬어서 비닐봉지에 담는 형식으로 각자 분담을 했다. 남편은 본인이 잠잘 방에 누워서 휴대폰 정독을 하고 있다. 우리 넷은 각자 분담을 하니 시간이 단축되고 지겹지 않게 정리를 한다. 3월의 첫날이라 바깥바람이 많이 차고 많이 불었다. 엄마한테도 손운동 삼아 같이 다듬자 하니 그려 나도 같이 해볼까 하면서 다듬는데 엄마의 손길이 참 야무지다. 함지박에 다듬은 쪽파를 가지런히 차곡차곡 넣고 있어서 아버지 앞에서 엄마를 칭찬하니 니 엄마도 하자면 잘혀 하신다. 그런데 엄마는 억지로 다듬었다고 무척 힘겨워 하신다. 그래도 내가 해 달라고 하니 하신거다. 안그러면 귀찮아서 안하고 그냥 앉아 계실 분인데. 쪽파를 다 다듬고 정리한후 엄마한테 수고했어요 했더니 에구 억지로 했네 하면서 숨소리도 쌕쌕 거리는게 많이 힘들어하고 귀찮아 했다. 연세가 있으시니 만사가 귀찮은거 같다. 우리나이도 귀찮아 지는 나이이니까 인정했다.

쪽파까지 손질 다 해놓고 잠시 쉬는데 남편이 전통시장에 한번 가보자고 한다. 나도 사실 많이 궁금했다. 그래서 잠바를 입고 따라나설 준비를 하면서 엄마한테 동백꽃 구경가고 싶다고 얘기를 하니 아버지가 안된다고 하시고 엄마랑 경이도 춥고 다리아파서 못가고 특히나 산에 올라가야해서 엄마는 걸을수가 없으니 못가 하시는거다.

이웃은 유엄마, 우엄마는 거리가 가까우니 2주에 한번, 시간되는데로 다니지만 난 거리가 멀어서 쉽게 못가니 자주는 부모님을 뵙지는 못해도 한번씩은 가보자고 했다. 남편도 알겠다고 흔쾌히 대답을 했다.


경이는 내게 로또를 긁었다고 두장을 준다. 안줘도 된다고 하니 줄것이 이거뿐이라며 주는데 재미삼아 받았다. 주말에 확인해봐야지 하면서 받아들고 오긴 하는데, 늘 꽝이다. 로또가 쉽게 당첨 된다면야 기분좋지만 그래도 재미삼아 하는거니까 큰 기대는 안한다. 경이방에 들어가본다. 어차피 내가 하룻밤을 기거하기 때문에 들어간다. 그러나 매번 실망스럽다. 청소를 해주고 싶어도 내가 청소를 할라치면 아버지랑 엄마는 큰언니가 청소하게 한다고 되레 경이를 나무라신다. 경이또한 자기 물건이므로 손대는걸 싫어하긴 한다. 아무리 몸이 안좋다해도 버릴거는 버리고 쓰는것만 놔도 될것인데 하면서 내가 한마디 했다. 너의 공간이니 정리좀 하면서 지내면 어떻겠나 했더니 나름 정리는 한다고 하는데 그게 뜻대로 안된다고 한다.


올케가 큰조카인 형이 아가때 쓰던 유아용 서랍장을 준것인데 경이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렀으니 네가 쓰라고 얘기를 했다. 내가 서랍장을 칸칸마다 열어보니 두칸이나 텅 비어있고 물품도 몇 개 안들어 있어서 이곳의 물건을 한곳에 몰아넣고 너의 방에 있는 수건을 서랍에 넣자고 하니 별로 반기지 않았다. 공간 확보를 소극적으로 하는거 같다라고 내생각을 얘기했더니 어느정도 수긍을 하는거 같앴다. 그리고 이불같은것도 날씨가 추우니 세탁이 제대로 안되고 힘이 약하고 겨울이불이 두꺼워서 더 세탁할 생각을 안하는거 같다. 본인이 스스로 못하니 내가 돕고 싶지만 나도 내가 할수 있는게 한계가 있어서 직접 하겠다고는 못했다. 방한편에 옷들이 약간 쟁여져 있었다.


집이 길가에 있다보니 창틀의 틈으로 먼지가 들어온다. 집을 깨끗이 한다해도 먼지는 곳곳에 앉아 있으니 옷들도 지저분해 보인다. 이건 무슨옷들이야 하고 물으면 장롱안이 복잡해서 내놓은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실이언니가 한 장 가져갔다고 해서 포장도 안뜯은 반팔이 두장이나 있었다. 사이즈를 보려고 하니 사이즈에 가격표가 딱 붙어 있어서 스티커로또 긁듯이 손톱으로 긁어보니 90이다. 아싸 득템했네 이거야말로 로또다 하면서 내가 여름에 작업복으로 입어야겠다 너 한 장 입을래하고 물으니 안입는다고 한다 그럼 내가 두장을 다 들고갈게 하고 들고 왔다. 예전에는 남녀 공용으로 업무를 봤던곳에서 일을 해서 밝은색은 기피했었는데 지금은 남녀가 분리된곳에서 업무를 본다. 그래서 편하게 입을수가 있겠다.


저녁먹고 잠시 여유시간이 있다. 엄마랑 아버지랑 소소히 대화하다가 내가 문득 윷놀이 하자고 하니 남편도 그러자고 한다. 경이는 일찍 잔다고 본인방에 들어가서 자고 있고 나와 부모님, 남편은 방석위에서 윷을 던지면서 놀았다. 말판은 남편이랑 아버지 내가 같이 봤다. 윷을 던지는 내내 뒤도가 많이 나와서 웃기도 많이 웃었다. 걸, 개, 뒤도가 많이 나왔다. 윷, 모도 간간이 나왔다. 난 윷가락을 한손에 모아쥐고 남편의 기, 엄마의 기, 아버지의 기를 받는 것처럼 손등을 콕콕 찍는 제스처를 취하고 던지니 모가 나와서 야호 하면서 환호성도 질렀다. 사실 내가 고스톱은 칠줄 모른다. 그림만 퍼즐맞추듯 4계절을 맞춘다. 엄마도 고스톱은 못치고 가족이 모일 때 엄마는 고스톱을 못치니 소파에 기대 앉아서 잠깐 잠깐 웃으시다가 무표정으로 드라마 보면서 우리들이 노는거 구경만 하고 있는게 전부다. 나도 엄마랑 비슷한 상황이었다. 엄마도 할수 있는 것이 윷일거 같아서 윷놀이를 하는데 즐거운 환호성도 지르면서 힘이 나는거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세판을 치고 마무리를 했다. 다음에도 엄마를 포함해서 윷놀이를 하고자 한다. 도시의 공공주택에서는 맛볼수 없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윷놀이를 마치고 남편과 나는 간식삼아 술한잔을 했다. 돼지고기주물럭을 간단하게 만들어서 먹었는데, 아버지랑 경이는 젓가락을 사용하도록 다과상에 놓고, 엄마는 치아가 부분적으로 없으니 틀니를 사용중인데 잇몸 통증으로 잠시 빼놨기 때문에 숟가락을 주면서 주물럭 국물 간좀 봐달라 하니 괜찮어 하신다. 그렇게 가볍게 야식을 마치고 잠을 잤다.

보통 시골 어른들은 아침 식사를 일찍 하신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다. 아버지가 언니는 언제 가냐고 물어보라고 했나보다. 경이는 잠자고 있는 나한테 언제 언니집에 갈거냐고 묻는다. 난 잠결에 아침밥 먹고 갈거야 했다. 나를 조금이라도 늦게 보내려고 하시는지 아침 먹자고 깨우지를 않는다. 예전같으면 벌써 깨웠을텐데. 그래도 주말이라 교통사정이 어떨지를 모르니 7시에 아침먹었다. 아침밥을 먹는데 냉잇국이다. 된장국에 냉이를 넣었는데 냉이향이 참으로 좋다. 그런데 내가 잠이 덜깨서 반쯤 감은 눈으로 국물 한숟갈 뜨고, 젓가락으로 밥을 깨작깨작 먹으니 아버지가 나무라신다.

“팍팍좀 먹어”

“안넘어가요”

“팍팍좀 먹어”

“안넘어가요”

“팍팍좀 먹어, 그렇게 먹어서 일을 어떻게 하냐”

“안넘어 가요” 말은 그렇게 해놓고 냉잇국에 밥 한숱가락을 듬뿍 말아서 한그릇은 먹었다. 커피한잔 마시고 어제 준비해둔 야채들을 차에 실기 시작했다. 엄마는 나보고 언제 또 올래 하시며 아쉬워하고, 아버지도 왠지 어딘지 모르게 못내 아쉬워 하신다. 시간될 때 또 올께요. 그리고 이제는 갈께요 하고 남편은 핸들을 잡고, 엑셀을 살살 밟았다. 난 내일을 위해 휴식을 갖은 후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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