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청을 선물 받았다.
오랜 시간 고생한 목을 위해서 따뜻한 물을 부어 마신다.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있고, 기침을 멎게 하는 게 효과적이다. 피로감을 덜어주고 면역력을 높이는데도 좋다고 한다.
어릴 때 내가 본 모과는 울퉁불퉁 못생긴 것이 바구니에 담긴 방향제였다. 그마저도 시장에서 산 기억이 아닌, 동네 길에 떨어져 있는 것 중에 깨끗한 것을 엄마가 주워왔던 것 같다.
설탕을 이용한 ‘청’을 담가 이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모과청을 알게 되었다. 달달한 모과청을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겨울 간식이었다. 매년 제법 많은 양의 모과를 세척하고 채를 썰어 설탕에 재우는 작업은 딱딱한 과육 탓에 쉽지 않다. 칼질을 한 손가락 마디에 물집이 잡히는 것쯤은 각오해야 한다.
몇 년간은 모과청을 담을 일이 없었다. 단 맛이 강한 청 종류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나를 위해서 만들 일은 없었다. 마시는 것도 아주 오랜만인 것 같다. 감기로 오랜 시간 고생을 한 끝이 아니라면, 마셔볼 생각조차 안 했을 것이다.
나이 탓인지, 건강의 상함 탓인지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것들을 찾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내 기호에 반하는 음식을 먹는 것에 유난히 힘들어했다. 몸에 좋다는 이유로 참고 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슨 근거 없는 자만심이었을까.
요즘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그렇게 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절대 굴복시킬 수 없다는 수도승의 마음처럼 왜 그렇게 마이 웨이였을까. 베스트셀러나 천만 관객의 영화에는 거부감이 들기까지 했었다.
좋다고 들어 알고는 있지만, 하지 않고 있는-해 본 적도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낯선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많이 먹고 있는 것을 주문하라는 말처럼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들여다볼 줄도 알아야 한다.
반드시 다수의 의견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모과차 한 모금에 기침이 잦아들기를 바라는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