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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기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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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봉주 Mar 27. 2024

나를 그리는 마음

거울 없이 스스로를 보는 문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과 직접적인 교류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를 가엾이 여긴 자연은, 우리가 다른 사람과 서로 사랑에 빠지게 해 조금이나마 영혼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 디팩 초프라, 《더 젊게 오래 사는 법》 중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자 축복입니다. 평생 한 번도 교류한 적 없는 누군가가 내 삶에 침투하여, 내가 일생 동안 일구어 놓은 정원을 마음껏 들쑤시며 다니는 것을 보면서도, 정원이 흐트러질까 두렵거나 걱정스럽기는커녕 미소 띠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랑'은 확실히 '정상'적인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내 정원을 사랑합니다. 그가 말합니다.


 "나는 네 정원이 좋아. 예쁘지만 그것보다 네 정원이라서 좋아. 여기저기 네가 있는 것이 너무 신기해."


 정원 안에 제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좋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이의 환한 말 한마디가 괜스레 내 가슴에 꽂힙니다. 이상한 말임이 틀림없습니다. 나는 이 정원을 가꾸며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고 살았던 것만 같은데, 시간과 노력을 들인 이 정원에 내가 보인다고 합니다. 그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보지 않았던 것을 보는 걸까요.


 사랑하는 이의 환한 얼굴에 밝은 빛은 그와 나 사이를 진동하여 내 가슴을 때립니다. 그만이 뿜어낼 수 있는 빛이며,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진동으로서 교감은 영혼의 살맞춤입니다. 그 순간 느낍니다. '그는 내 영혼을 보고 있다.', '그는 나를 울리고 있다.'


 나를 뒤흔든 그의 빛을 따라 마음의 벽 하나가 부수어집니다. 그때 우리는 사랑하는 이 이전에 만났던 '그'가 생각납니다. 우리가 줄곧 잊어버렸지만, 만나지 못했던 '그', 그러나 결국 끝끝내 만나야만 하는 '그'. 


 아...! 우리는 '자신'과 만나야 했습니다.




자기연애自己戀愛에서 자기연애自起


 육체 밖에서 나에게 사랑을 외치는 이는 기어이 나를 만나라고 소리치는 선지자입니다. 그는 나를 나보다 먼저 알기에, 먼저 아는 이이며, 그런 것이 사랑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잠자고 있던 영혼을 깨우는 일이라면, 이젠 우리 자신은 내 안에 잠자는 영혼을 깨우는 선각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일어납시다. 이 외침은 저 자신에게 되뇌는 주문이며, 죽음에 이르러서야 흩어지기를 소망하는 주술적 기원입니다.


 연애는 '그리워하는 사랑'이면서 동시에, '그리는 사랑'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내적으로는 '그리워하는 사랑'을 했고, 외적으로 '그리는 사랑'을 했습니다. 늘 나 자기 자신과 함께하면서도 스스로를 그리워하면서, 밖에서 사랑을 찾고, 밖에서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이가 그려주는 낯선 나를 보며 '그리는 사랑'을 했습니다. 문득 '연애'라는 단어를 바라보며, 시선을 조금만 안으로 돌린다면, 사랑하는 이가 나에 대해 그려주었듯, 나도 나 스스로에 대해 그릴 수 있지 않은지, 섣부른 희망이 움틉니다.


 스스로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넘어 그리는 마음으로 나아갑니다. 아무리 봐도 보잘것없지만 사랑의 눈에서 너무나 자랑스러운 정원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그렸듯이, 이젠 내가 그리워하던 스스로를 직접 그려보는 작업을 시도합니다. 누군가에게 받아내어 그리워하는 사랑(자기연애)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나 직접 그리는 사랑을 지향합니다.


 단언컨대, 분명 언젠가 교류했을 자신을 그리는 시간을 가집니다.



 본 연작은 출판사 '어반북스'의 《문장수집가》 프로젝트의 첫 번째 책 <LOVE MYSELF>에서 발췌한 29편의 문장을 기반으로 구성됩니다. 《문장수집가》의 <LOVE MTSELF>에는 '자기 사랑'에 대한 100여 편의 문장이 멋진 캘리그래피로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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