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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yeon May 11. 2023

중심 잡기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 킴 토레스(그림) 글로리아 그라넬(글)



요가 자세 중에 아르다찬드라아사나(반달자세)라는 자세가 있다. 상체를 숙여 한 다리를 뒤로 뻗은 상태에서 골반을 옆으로 열고, 또 거기에서 한 팔을 하늘을 향해 뻗어야 하는 균형 자세이다. 이 자세를 하면서 느끼게 된다. 몸 부위부위를 열고 뻗는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단단한 발 기반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지만, 뿌리가 단단하다면 그 흐름 안에서도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다는 것을. 


할아버지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 그 변화는 잃어버림이고 죽음을 향해가는 과정이다. 할아버지는 힘을, 부드러움을, 빛을, 움직임을, 소리를 잃고 종국에는 기억까지 잃어버린다. 그러나 그 과정은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다. 굳어버린 팔 대신 그물을 쓰고, 빛을 잃어버리자 앞이 보이는 척 이야기를 지어내고, 소리가 들리지 않자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는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떠날 날이 없다. 상실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만큼, 그의 뿌리는 단단하다. 삶에 대한 긍정과 기쁨이 단단한 기반이 되어주고 있다. 


“얘야, 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마지막까지 절대로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미소란다.”

“나는 할아버지가 잃은 것들을 떠올리자 마음이 무거웠어요. 하지만 엄마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요. 사라지기 전에 할아버지는 아주 커다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고요.”


마지막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던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 안에서도 스스로를 지켰듯 나는 어디에 뿌리를 내린 채 나를 지키고 있을까.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본다. 내 안에 이미 존재하는 사랑을 기억해내고, 표현하는 것, 사랑으로 연결하는 순간순간이 나의 기반이 되어준다고. 죽는 순간까지, 나만의 미소가 내 존재 안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모든 사람들처럼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죽음은 무언가를 하나씩 잃어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알아가고 지켜가는 과정, 중심을 잡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 삶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 한 걸음 한 걸음 앞에서 모든 시간은 헛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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