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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경 Aug 17. 2022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만들어낸 여사장 이야기

 진로와 인생이 막막할 때 읽는 책 #3

진로와 인생이 막막할 때 읽는

우리는 직업에 나를 맞추기 위해 애를 쓴다. 구직 공고를 백날 살펴봐도 나를 포장하고 우겨넣어야 하는 일 투성이일뿐, 내 조건에 딱 맞는 공고는 없다. 그런데 여기 어떤 여자가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다시 찾기까지 5시간만 일하겠다는 마법사가. 사업 구상을 하며 돌아다닐 때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았지만 결국 하루 5시간 일하고 억대 수입을 올리게 된 여자가 있다.


지난 글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힌트를 얻는 것, 그리고 막막할 때 발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내딛어야 할지 해답을 얻는 것이 요즘 독서의 목적이라고 했다. 동탄의 프리미엄 과일가게 화월청과를 운영하는 신유안 씨의 <하루 5시간 일하고 연 10억 버는 엄마사장입니다>라는 책을 고른 이유는, 자신만의 진로를 개척해낸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였다. 영 마음에 드는 선택지가 없는 현실에서 자신만의 선택지를 만들어낸 사람의 노하우가 담겨있을 것 같아 호기심이 생겼다. 


저자는 은행에 다니다가 육아휴직 중에 아래와 같은 질문을 염두에 두고 커리어 전환을 고민한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면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할 방법이 없을까? 그 결과 선택한 것이 사업이었다. 아이에게 충실하고픈 상황을 고려하고 그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나는 아직 자녀가 없고 자녀를 낳을 생각도 없기에 두 아이의 양육을 1순위로 두고 인생을 설계한 저자와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다. 하지만 나처럼 저자와는 우선순위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면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할 방법"을 원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위 질문에서 시작해 저자가 '프리미엄 과일 가게'라는 결정에 이르는 순간까지의 과정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나는 요즘 야기 짐페이의 <세상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은 부제 '인생의 막막함에서 해방되는 자기이해 방식'에 아주아주 충실한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막막함이 차근차근 해소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 책은 '하고 싶은 일'이 만족시켜야 하는 3가지 요소가 있는데, 소중한 것(가치관),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한다. 흔히 세 가지 요소 중 좋아하는 것을 가장 먼저 찾으려 하는데, 저자는 가치관 -> 잘 하는 것 -> 좋아하는 것 순으로 결정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필시 "이 일이 나를 먹여살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봉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글 써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유튜버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등등...)


그런데 신기하게도 신유안 작가가 진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 순서를 따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원래부터 과일을 좋아했을까? 사업에 대한 포부가 있었을까? 

아니다. 그녀는 우선 자신의 가치관을 재정립한 후 자신의 내적 자원을, 그 다음에는 외적 자원을 분석한다.  그녀에게 가장 가치있는 것은 위에 말했듯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녀는 그 다음에 자신의 내적 자원을 정리하는데, 내적 자원이라 함은 실행력, 일단 부딪히고 보는 근성, 사회생활로 다져진 영업력과 친화력 등 그녀가 '잘 하는 것'들이다. 

그 다음 그녀는 그녀가 가진 외적 자원들을 살펴보는데, 그 과정에서 오랜 세월 과일 중도매인으로 일하며 과일 보는 안목을 다져놓은 엄마(훌륭하고 안정적인 공급처)가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내적 자원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고 사람을 대하는 일'로 방향을 잡고, 외적자원을 정리하고 나서 '과일 가게'라는 아이템을 정한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우선순위에서 비롯된 한계와 제약들(시간적, 경제적 제약)을 붙여 그림을 구체화한다. 답이 나왔다. 그녀는 8천만 원의 자본금으로 하루 5시간 과일을 팔아 남들 월급만큼 순수익을 낼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녀는 그녀의 사업을 이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한다. 예를 들면 그녀가 판매하는 과일들은 종종 품절되는데, 충분히 과일을 더 떼올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녀가 가게에 있는 짧은 시간 동안 과일들이 모두 팔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과일들은 그녀가 오전에 출근해 온라인에 설명과 물량을 올리는 거의 즉시 팔려나간다. 또한 그녀는 일의 우선순위를 나누어 아주 긴급하고 직접 돌보아야 하는 일들을 제외하고는 위임이나 미루는 방법을 취한다. 


나는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지만, 야무지고 똑부러진 저자에게 감탄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나를 일에 맞추는 게 아니라 일을 내게 맞추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 물론 말만큼 쉽지야 않겠지만, 일에 자신을 맞추는 것 또한 너무도 고단하고 지속불가능하게 여겨지는 순간이 오지 않는가. 그런 순간을 창의적이고 지혜롭게 헤쳐나간 사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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