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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슬 Aug 19. 2020

있는 힘껏, 거절에 익숙해지자

어느 오후, 탈락 문자를 받고 쓴 솔직한 마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거절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고백한 남자아이에게 “우리는 친구로 지내자” 라는 말, 특목고 진학 실패, 신발을 벗고 교실을 뛰어다니며 “발빠르게 봉사하겠습니다” 라고 회장선거를 했던 거까지. 이런 굵직굵직한 것들 말고도 일상적인 거절을 쌓아왔다. 당연한 거다.


거절의 종류와 크기는 다양하다. 그리고 그만큼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 있다. 제안을 할 때의 용기, 될 거라는 자신감 혹은 떨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 거절당했을 때의 좌절감과 후회, 때로는 분노도 있다. 이미 겪은 감정들에 더해 '왜 거절당했을까?' 라는 질문까지.

 

이렇게 쓰니 거절을 감당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껴진다. 거절을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명료하고 간단한 문장을 쓰고 나서야, 내 감정이 오롯이 느껴진다. 힘든 게 당연했고, 그럴 만 했다. 나는 그 쉽지 않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다음엔 잘 될 거야.”

사람들은 거절에 빨리 익숙해지라고 말한다.

애정어린 위로라는 걸 안다. 가끔은 이렇게도 느껴진다. 거절을 당한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 그 사실을 오래 붙잡고 있지 말라고. 긴 시간 동안 힘들어하지 말라고.


거절에 익숙해지고 싶다. 그러나 거절에 힘들어하는 스스로를 나무라지 않으려고 한다. 당연히 힘든 일인데, “너는 왜 유독 이렇게 힘들어해?”라는 말을 자문하지 않을 거다. 거절을 감당하는 것은 어렵다. 지치고,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명백한 사실을 머리에 넣자. 많은 감정들을 무작위로 섞어서 느끼는 걸 멈추자. 숱한 감정들을 한 겹씩 벗겨내며 충분히 느끼려고 한다. 그렇게 머리부터 가슴까지 거절을 감당하고 나면,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다음 거절을 위해 또 한 번 제안할 용기가.




이 글은 결국 나에게 쓰는 편지다. 오늘 나는 거절을 감당하기 위해, 정말 별 짓을 다했다. 침대 위에 누워서 조용히 눈물을 쏟기도 하고, 친구와 만나 '왜 안 됐을까?' 생각하며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되는 일이 없다며 혹시 삼재인지 검색창에 검색했고, 사주를 알아봤다. 날아온 탈락 문자에 왜 떨어졌냐고 묻는 보내지도 못할 장문의 문자를 메모장에 적었다.


그 별 짓의 끝에는 글쓰기가 있었다. 나는 글쓰기의 본질이 솔직함에 있다고 믿는다. 무언가를 쓰고, 정리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선 내가 그 글감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화하지 않은 글감을 쓰면, 글에서 티가 나더라. 때론 쓰면서 정리되기도 한다.




또 다음의 거절이 있을 거다. 여전히 두렵다. 거절 대신 승낙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거절을 감당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힘들어하는 내 자신을 욕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나는 거절을 감당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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