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

2024.6.4.

by 친절한 James


어느 방 안, W는 혼란스러웠다.

낯선 공간이 두려운 표정으로

W를 둘러싸고 노려보았다.

여기가 어딘지, 왜 여기 있는지,

언제부터 왔었는지 모르겠다.

전혀 기억이 없다.

아, 도대체 이게 다 뭐야!

눈을 뜬 뒤부터 몰려온 두통보다

더 크게 마음을 조이는 혼돈이

W를 파고들었다.


창문 없는 회색벽의 우울한 기웃거림,

가구 하나, 물건 하나 없는 텅 빈 공간.

낡고 오래된 흔적들이 곳곳에서

비웃음을 머금고 W를 흘겨보았다.

W는 검푸른 철제문으로 달려가

힘껏 두드리며 소리쳤다.

손잡이는 너덜거리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네.

밀어도 보고, 당겨도 보고

발로 차보아도 꿈쩍없다.

스산한 소음만 메아리칠 뿐.

피곤한 낯빛 가득한 전구가

희미하게 깜빡거리다 지지직거렸다.

이건 꿈일 거야. 도대체 왜 내가 여기...

W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아아, 눈이 풀린다, 힘이 빠진다.

W는 그렇게 바닥에 쓰러졌다.


"자, 이제 셋을 세면 W님은 다시 깨어납니다.

셋, 둘, 하나, 탁!"

플루트 소리처럼 청량한 손가락 튕김에

W는 눈을 떴다. 아, 여기는...

낯설지 않은 네모난 LED 조명이 반갑네.

검회색 천장도, 검노랑 조각상도,

검붉은 소파도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향기다. Q의 향수 냄새겠지.

은은한 풀향에 약간의 달콤함이

묻어나는 이 느낌, 좋구나.

깍지 낀 두 손이 슬그머니 움직이며

서로를 밀어냈다.

W는 다시 눈을 감았다가

한숨을 길게 내쉬고

다시 눈을 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늘은 어땠나요? 지난주와 비슷한가요?

뭔가 새롭게 보인 건 없었나요?"

검은 줄무늬 정장에 하늘빛 셔츠를 입은

Q 박사가 다정한 말투를 건넸다.

얇은 은테 안경 너머로

걱정 약간, 호기심 어린 눈빛이

W를 뒤흔들었다.

"아, 글쎄요. 저번과 비슷했어요.

다른 건... 없었어요. 늘 똑같아요.

어딘지 모를 어떤 방에 갇혀있는데,

나올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곳,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왜 자꾸 이런 장면이 보일까요?

"오늘은 10분 만에 최면을 끝냈어요.

평소보다 호흡이 훨씬 빨리

가빠지기 시작했거든요.

혹시 위험할 수도 있어서..."


W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최면을 깨면 거의 매번 그랬어.

W는 낮게 중얼거렸다.

오늘도 별 진전이 없는 건가.

1년 가까이 방문한 이 상담실,

하지만 지금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

진짜 나는 어디에 있을까,

이 삶은 진짜일까.

Q가 암막 커튼을 걷자

창문으로 쏟아내리는 햇살이

W의 얼굴을 문질렀다.

슬프도록 눈부셨다.


지금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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