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것
2024.10.2.
by
친절한 James
Oct 2. 2024
달빛이 내려앉고 햇빛이 떠올랐다.
새로운 날이 시작이구나.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잊힌 것은 무엇이고
떠오른 것은 무엇인가.
하루를 통으로
온전히 회상하기는 어렵다.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고 하는데
나는 다행히 잘 잊어버리는 것 같다.
우리는 보통 순간순간의 단편과 조각으로,
중요한 일과 의미 있는 상황이라고
여기는 점을 재생해 낸다.
이 또한 100% 있는 그대로의
온전한 모습은 아니고
덜어낸 부분과 더해진 일부를
덧대고 엮어 그려낸 조금 다른 형태다.
기억은 동영상이라기보다 점묘화를 닮았다.
시간이라는 캔버스를 완전히 채우기는 어렵다.
점 같은 떠올림을 곳곳에 찍어서
선과 면, 색을 입혔다.
멀리서 바라보면 꽤 그럴듯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빈틈이 상당하다.
점이 촘촘할수록 실제와 가까워지는데
때로는 엉성한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아픔과 슬픔은 정화되고 미화되어
마음씨에 고운 양분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한다고 하지만
기억은 완벽하지 않다.
어쩌면 삶이란
끊임없이 새롭게 창조되는 과거와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현재,
그리고 희미한 스케치에 덧칠하는 미래가
이어지는 과정의 연속이 아닐까.
과거는 잊힌 것을 기억하고
기억한 것을 잊는 반복이다.
미래는 꿈꾸는 것을 이루고
이루는 것을 꿈꾸는 반복이다.
과거와 미래는 비슷한 듯 닮았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려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 알 수 없다.
알고 있는 세계와 알지 못하는 세계 사이에
공기와 물이 맞닿은
'수면' 같은 현재가 찰랑거린다.
물이 증발하여 대기로 흩어지는 순간이다.
손에 잡히지는 않아도
눈으로 볼 수 있던 존재는
잡을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기체로
멀리 훨훨 날아가 버렸다.
멈추지 않는 물의 순환처럼
시간도 흐르고 변한다.
시간이 변하는 걸까,
시간은 움직이지 않지만
그 속의 우리들이 바뀌는 걸까.
알 수 없다. 잘 모르겠다.
잊혀지는 건 기억도, 존재도 아니다.
그 무엇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 담았던 마음 한 움큼이다.
잊혀진 것
keyword
마음
기억
순간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연재
365일 작가연습 프로젝트 10
25
오렌지 껍질 까기
26
서서히 완성되는 밤-데이비드 세인트 존
27
잊혀진 것
28
해무의 냄새
29
근거 없는 소문에 대해 써라
전체 목차 보기
이전 26화
서서히 완성되는 밤-데이비드 세인트 존
해무의 냄새
다음 2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