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
"째깍째깍~"
"틱 톡 틱 톡~"
"츠륵 츠륵~"
그곳엔 시계가 많았다.
앤티크부터 모던을 망라하는 디자인으로
손목시계부터 탁상, 괘종시계는 물론
최신 전자시계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저마다의 소리로 반짝거렸다.
여기는 닥터 K가 운영하는
'닥터 K 시계점'이다.
시내 번화가의 대형 마트 1층에 자리 잡아
평소에도 많은 이들이 가게를 지나갔다.
그중 몇몇은 진열장을 구경하러 들어왔고
일부는 시계를 구매하기도 했다.
고장 난 물건을 맡기러 오는 손님도 꽤 있었다.
닥터 K의 손길이 닿으면 뇌사 상태의 시계도
정신을 차리고 작동한다고 했다.
그리고 아주 오래 쓸 수 있다고도 했다.
오후 반차를 낸 날이었다.
동 주민 센터에서 일을 보고 마트에 들렀다.
식재료를 좀 살까 했는데 시계점이 눈에 띄었다.
한번 둘러나 볼까. 문 없는 개방형 매장이라
부담은 없었다. 가까이 가는 건 처음이네.
"어서 오세요."
짙은 네이비 뿔테 안경을 쓰고
재킷 모양의 흰 가운을 걸친 가게 주인은
상냥하지는 않아도 편안한 목소리로
눈을 마주쳤다.
아, 여자분이시구나.
왜 닥터 K는 남자일 것 같다고 생각했을까.
편견이었나 보다.
멋쩍은 눈길을 얼른 시계로 돌렸다.
대충 둘러보다가 귀여운 모양은
손에도 쥐어보았다.
그러다 카운터 위에 걸린 작은 현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계에 없는 움직이지 않는 시간도 담아드려요.
-닥터 K-'
저게 무슨 뜻일까.
물어봐도 되나.
오늘 여기 처음 왔는데...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 보았다.
"저... 저기에 쓰인 건 무슨 뜻인가요?"
시계 부품에 드리워있던 눈길이 반짝이며
닥터 K는 고개를 들었다.
"아, 저거요. 보들레르의 작품에 나온 문장인데
마음에 들어서요. 제가 추구하는 운영 원칙이기도 해요."
"운영 원칙이요?"
"네,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라면
아마도 무언가를, 누군가를 많이 좋아하고
또 사랑하는 순간일 거예요.
여기에 시계를 맡기거나 또 사러 오시는 분들께
그런 날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또 이건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런 제 마음도 시계에 담기길
생각하며 만든 문구랍니다.
저 글귀를 물어보신 건
손님이 처음이네요."
아, 이건 뭐랄까.
우문현답이라고 해야 하나.
그 사이 불편한 시계 한 쌍이
닥터 K를 찾아왔다.
아픈 사람이 진료를 보고 입원하듯
닥터 K의 손길을 기다리는 손님이 또 늘었다.
왠지 그녀를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아.
얼버무리듯 인사하고 가게를 나왔다.
다음번에 가면
마음에 드는 시계를 하나 골라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