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 James Jan 21. 2024

작별 인사에 대해 써라

2024.1.21.


"이제 그만 가. 잘 가."

E는 입술을 오므려 찌그러뜨리며 오물거렸다.

"어떻게 그래. 다시 생각해 봐. 응?"

B의 입술에 새파란 떨림이 덮였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린 S 기차역.

태양은 멀어졌고 두 사람은 더 멀어졌다.

뉴스에서는 몇십 년 만에 나타난 혜성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오늘이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밤이라고 했는데 그런 날,

E와 B는 서로를 떠나보내려 하고 있었다. 

떠나려는 마음과 붙잡으려는 마음,

혜성과 지구 같은 관계다. 

우주 머나먼 곳에서 지구를 향해

날아오던 혜성은 그 빛나는 꼬리만큼

그리운 흔적을 남기고 다시 떠나려 했다.


혜성이 다가왔던 건 

지구를 사랑해서가 아니었을까.

지구 중력이 혜성을 잡아당겼는데

혜성은 그 끌림을 받아들이지 못한 걸까.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다간

서로가 충돌해 파괴적인 재난과 고통만

남길 거란 걸, 혜성이란 존재는 더 이상

없을 거고 하나의 지구에 슬픔만

남길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단지 서로가 이끌려 시간을 이어왔는데

그 나날의 끝에는 더 이어갈 수 없는

마지막이 보여서일까. 

언제나 혼자였기에 

둘이 하나가 되는 일이 두려운 혜성은

불편과 괴로움을 벗어나려고 지구를 

떠나려고 했다. 

지구가 싫어서라고 했지만 그건 아니야.

나에 대한 너의 사랑만큼

너에 대한 나의 확신이 단단하지 못했어.

하지만 이제는 알았어. 


나중에야 혜성은 깨달았다.

지금껏 자신을 움직인 건 태양이었음을.

하지만 그런 관계를 계속 유지하다가는

영영 우주를 떠도는 신세에 불과할 것임을,

그리고 내가 바라본 지구의 모습 속

푸른 바다와 하얀 구름,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삶의 모든 흔적을

아끼고 사랑했음을. 

그래, 태양 덕분에 내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정할 때가 되었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듯이

혜성도 빛나기만 할 수는 없기에

남은 시간을 어떻게 피워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고민했다.

지금은 믿음의 방향이 달라도

삼각형의 꼭짓점 하나씩에 담겼던

너와 나의 마음이 선을 타고 

다른 정점으로 모일 수 있는 기적,

그런 순간이 다가오리라 생각했다. 

하늘이 주신 소중한 인연, 

귀중한 사람으로 지구와 혜성은

언젠가 하나가 될 거라고. 


언제까지나 차가운 허공을 맴돌 순 없어.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 방울씩 떨구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