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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Jan 22. 2024

당신은 텐트 안에 있다

2024.1.22.


"와, 멋지다. 정말 끝내준다!"

"거봐, 오길 잘했지?"

"그러게, 진작 올걸 그랬다."


이렇게 우리 두 사람, 

떠오르는 햇살을 처음부터 함께 

지켜본 날이 언제였을까.

새해맞이 일출을 다녀온 게

10년 전이었나. 

"그랬던 것 같다"

당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유명한 곳을 찾아다닌 건 아니고

집 앞 강가에서 해뜨기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던 추억이 떠올랐다.

지평선을 뚫고 솟아오르는 불덩이에

온갖 소망과 희망을 녹여내고

사진과 영상을 남기곤 했지.

태양을 손으로 잡고 입으로 먹고

머리에 쓰고 두 품에 안으면서.

깔깔거리던 옛 1월 1일의 

웃음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네.


드넓은 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짙푸른 초원 분지,

산골짜기의 바다를 지나

물결치는 하늘을 담아낸 이곳은

세 달 전 개장한 Q 캠핑장이다.

캠핑족들에게는 오픈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인기 장소였다. 

가장 기본적인 환경부터

최신식 편의 시설까지 다양한 구성을

고루 갖춘 곳으로 주목받았다. 

도심지와는 멀기에 접근성은 떨어졌지만

여기 올 만한 사람들은 그런 것 때문에

이곳을 포기하지는 않겠지. 

그만큼 생생한 자연의 숨결을

가슴 깊게 느낄 수 있을 테니.


눈앞에 펼쳐진 눈 덮인 광야 위로

아련한 금빛 날개가 퍼덕이며

창공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당신은, 당신들은 텐트 속에 있다.

이렇게 공기 맑은 곳에서는

눈이 일찍 떠진단 말이지.

여행 계획의 목록 하나를

완수하려는 순간이다. 

두 사람은 텐트에서 일출을 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 밖으로 나왔다.

간이의자를 펴서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허리를 쭉 펴고

앉았다가 두 팔꿈치를 무릎에 올리고

손을 맞잡아 턱을 괴었다. 

태양계의 유일한 항성이 보내는

눈부신 축복을 온전히 감상할 자세다. 

온화한 태양풍의 감촉을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 넣을 작정인 듯하다. 

아, 감탄이 절로 나오는구나. 

일상 대부분을 건물 안에서 살던 그들에게

가림막 없이 쏟아지는 태양빛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태양은 1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런 엄청난 에너지를 지구에

나누어준다는 거잖아. 

날씨가 흐려서 땅에 닿지 못할지언정

태양이 먼저 거부한 적은 없으니까.


"좋지?" 

"그래, 진짜 좋다."

"이런 게 캠핑의 맛이지."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사람들은 원시적 때부터 

보금자리를 찾아다녔겠지. 

처음에는 동굴에서 살다가 

토굴이나 움막에서도 지냈을 테고. 

그러다가 집 비슷한 구조물을 지어서

비바람이나 추위를 피했을 거야. 

지금은 여러 형태의 주택에서 

따뜻하고 편안하게 지내고 있지.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렇게 

밖으로 또 나와서 고생을 사서 할까?"

"음, 아마도 집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자연과 자유가 있어서 아닐까.

여기에서는 살갗으로 그런 걸 맞닿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여기는 업무 스트레스도 없고

그저 현재를 즐기면 되니까."

"그래, 그렇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돌아갈 집이 있으니까.

집 없이 이런 생활을 계속한다는 건

노숙의 연속일 테니."

"그렇지."


텐트 속으로 햇살이 스며들었다.

올해에는 두 사람의 앞날에도

부드러운 온기가 더해질 테다. 

지금 두 사람이 마주 보는 풍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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