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4.
재회.
누군가를 다시 만나는 기회.
끊어버린 만남을 다시 잇고
놓쳐버린 마음을 다시 담는 시간.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품는 희망.
그날은 더웠다.
달력은 절반을 채 넘기지 못했지만
행인의 이마에는 몽글한 땀방울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이맘때쯤 더위가 감돌긴 했지만
올해는 더 빨라진 듯하다.
떠올리지 않으려 해도 생각나는 게 있다.
밤새워 울다 첫 차를 타고
너를 만나러 달려간 아침.
둘 다 잠 못 이룬 들뜬 얼굴,
도망치듯 찾아간 놀이공원,
담담하려 애쓰던 너와
초조함에 애타던 나,
그리고 저물어가는 햇살.
한 번에 둘러보기도 힘든 커다란 정원에는
갖가지 꽃이 흐드러졌다.
울적했다.
향기로운 풍경은 좋은데
이런 하루를 너와 온전한 마음으로
나눌 수 없기에,
나에 대한 너의 마음이 어떤지
잘 몰랐기에,
그리고 오늘이 지나면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이기에.
꽃은 꽃이 아니었고
화단은 거울 너머에서 아른거리는 듯했다.
너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네 작은 공원에서 잠깐 시간을 보냈다.
장미정원이란 표지판 너머
듬성듬성한 꽃밭이 불안으로 나부꼈다.
하트 모양을 흉내 낸 의자에 앉아
같이 사진을 찍었다.
웃음은 나는데 마음은 웃질 않아.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까.
우리는 헤어졌다.
그 사람에게 줄 물건들이 있어
일터에 찾아간 날, 비가 많이 내렸다.
안쓰러운 표정에 당혹감이 돋아난
잠깐의 만남, 그리고 다시 떠남.
그이에게 고독이 주는 해방감은 찰나였다.
일상에서 맞부딪치는 추억의 파편들,
사랑에 대해 떠드는 모든 노래와 글자들이
방충망을 통과하는 비바람처럼
A의 마음을 파고들어 헤집었다.
소중한 건 지나 봐야 알 수 있다는 그 말,
그 말이 골수를 타고 머리와 가슴에 스며
가시 돋친 감정들을 쑤셔댔다.
그리움일까 미안함일까
자책일까 후회일까 한탄일까.
그보다 사랑이었을까.
시간이 지나고
슬픔이 땅을 적시던 계절이 돌아왔다.
오늘은... 우리가 새로 보는 날이다.
설레는 떨림보다 조심스러운 긴장이 맴돌아,
두렵진 않아도 걱정이 들었다.
실수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까.
실타래에 얽힌 털실을 한올씩 푸는 기분.
거친 표면에 매듭도 많아 한번에 안 돼도
뭉친 근육을 풀듯 한 손 한 땀 마음을 담자.
보풀이 좀 날려도 괜찮아, 다시 돌아가는
과정이니까. 그대를 처음 만났던,
그리고 만나왔던 그날들의 감촉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거니까.
이제 그대를 만날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 여름날의 정원, 그곳에서 못 다 피운
장미꽃 한 송이를 다시 심어볼 수 있기를.
그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
그날보다 더 밝은 햇살이 길을 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