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얘기할 사람이 필요해서요.

두 번째 심리상담을 시작한 이유

by 나다움

약물치료만으로 모든 정신과적 증상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만들어져 온 약한 자존감과 애정결핍 때문에 겪는 만성적 우울감이 항우울제만으로 깨끗이 해결될 수는 없다. 불안정 애착에서 기인한 대인관계 공포증이 항불안제만으로 사라지지는 않느다. 이러한 문제에는 장기적인 상담에서 비롯되는 '마법'같은 힘이 필요하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中, 김지용 저-



"심리상담은 '부잣집 백수'가 하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만큼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얘기예요. 과정도 쉽지는 않고요. 물론, 심리상담을 하면 좋죠."

치료에 '심리상담'이 꼭 필요하냐는 나의 물음에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답변이셨다.

정신과 약물치료를 하면서, 우울감은 많이 옅어지고 그 경험을 차곡차곡 쌓는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상담치료와 다르게 좋았다. 나의 의지만으로는 안 되는 것을 약물을 통해 조정하고, 감정을 건강하게 조절하는 과정을 체득화하여 선순환이 되기에. 하지만, 짧은 진료시간은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다. 고민 끝에 다시 한번 심리상담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이유로, 상담을 신청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 잘 모르겠어요."

상담 첫날, 상담을 통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상담시간을 마칠 무렵 가까스로 대답했다.

"그냥, 얘기할 사람이 필요했나 봐요. 내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이야기해도 상대방에게 부담이 될지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도 나에게 유익할 거라는 믿음이 있는 사람이요."


직접 말하진 못했지만, 거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면 나의 마음을 털어놓는 데에 대한 눈에 보이는 대가를 지불한다는 점이 좋았다. 지인에게 나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내 마음에 보이지 않는 부채가 쌓였다. 나보다 더 힘든 상대에게 내가 배부른 소리를 한건 아닌지, 반대로 나의 우울한 감정을 전달하여 괜한 폐를 끼친 것은 아닌지 등 마음을 털어놓고 나도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심리상담을 한다는 것은 이런저런 생각을 안 하고, 그저 편안히 마음을 털어놓아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심리상담은 의미가 있다. 어른이 되고, 나의 진심을 나눌 수 있는 대화 상대를 찾는 것은 점점 어렵기에.

그렇게, 난 두 번째 상담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