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 마음이 어땠는지 그려볼래요?

나의 인생그래프 그려보기, 그것이 가져다준 의미

by 나다움

누군가의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

내가 나를 보듬어 안아줄 때

외로움이 사라지고 있음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한 뼘만큼 성장해 갔습니다.


-'그대의 슬픔엔 영양가가 많아요' 中, 강지윤 저-


그동안 살아오면서 있었던 일들이 인생그래프를 그려보며, 현재의 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것은 '내가 나를 보듬어 안아주는 일'이었다.

과정은 간단했다. 생각나는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감정의 크기를 표시하고, 그 당시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해보았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란 말은 '개인의 역사'에도 적용되는 듯했다. 지나온 길을 들여다보는 것은 과거에 머물기 위함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의 내 감정을 떠올리는 것은 어려웠다. 나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표현하는 게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때 상담 선생님께서는 해당 사건에 떠오르는 색을 표현하도록 유도한 게 나에게는 좀 더 접근하기 쉬웠던 것 같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0~19세 : 그래도, 생각보다 잘 지냈네>

# 외할머니의 무한 사랑 : 나를 사랑으로 키워주신 외할머니셨다. 언제나 '우리 강아지는 잘될 수밖에 없어.'라며 나에게 자신감을 주시기도 하셨다.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신 카스텔라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 텅 빈 집, 수능날 : 아빠는 외국에, 엄마는 출장 중이셨다. 수능날 불 꺼진 집에 혼자 있는 느낌은 적막했다.


<20~30세 :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기>

# 친한 친구의 자살 : 아직도 나는 친구의 죽음의 이유를 모른다. 마지막이 될지 몰랐던 그 문자에 답장을 보내지 않았던 나는 죄책감에 한동안 시달렸다. 친구의 자살은 잊기 힘든 기억이다.

# 취업 : 친구의 자살을 잊기 위해 정신을 집중할 곳이 필요했고, 그 목표를 취직으로 두었다. 쉴 새 없이 달려온 덕에 조기졸업을 하고 바로 취업에 성공하였다.

# 결혼 : 인생의 숙제이자 또 다른 돌파구로 결혼을 했다. 물론, 사랑으로 시작한 결혼이지만 온전하지 못한 내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은 결코 녹녹지 않았다.


<31세~ 현재 : 더 이상, 전력질주가 통하지 않는다>

# 뜻하지 않은 사건사고 :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일들을 감내해야 했다. 그나마 결과는 긍정적이었으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고, 그 이후에 역시 내가 기대했던바대로 흘러가지 않아 더욱 괴로웠다.

# 난임, 임신, 출산 : 그저 쉽게 주어지는 것이 없다. 그렇게 어렵게 얻은 아이를 낳고, 한동안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다. 첫 번째 상담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 복직 : 육아휴직 후 복직은 회사 입사 때만큼이나 녹녹지 않았다. 중고 신입이 된 느낌에, 육아는 그대로인데 직장일이 추가되어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가 코로나 19로 일과 가정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다시 심리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 번째 상담에서는 나의 생애를 다시 되짚어보면서 그 사건들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면했던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둘째를 임신하며 자연스레 심리상담을 종료하게 되었다. 그때는 그렇게 내가 온전해진 줄 알았다. 다시 내가 심리상담을 받으리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이전 02화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서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