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서 왔어요.
난생처음 심리상담을 받으러 가다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결국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니체-
"혹시, 좋은 분을 소개받을 수 있을까?"
소개팅 이야기가 아니다. 더 이상은 그대로 버티기가 버거웠다. 친구에게 잘 아는 심리상담 선생님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차로 1시간 30분을 가야 한다고 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무조건 가야 했다. 그만큼 절박했다. 벌써 5년 전 일인데도 처음 상담실을 가던 그날은 아직도 생생하다.
심리상담은 병원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나와 맞는 병원이 있고 아닌 곳이 있듯이, 한 번에 나와 꼭 맞는 상담사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돌아보면, 난 운이 좋았다. 아마 친구에게 대충 내 얘기를 한 덕에,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상담 선생님을 추천받은 덕도 있을 것이다. 심리상담을 받으러 간다고 결정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비용도 그렇고, 내가 이렇게까지 심리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태인 지부터 시작해서, 그 선생님이 나와 잘 맞을지,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지 등등 갖가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심리상담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갑자기 웬 미술심리치료? 이거 배워서 뭐하게?"
"지금이 또 자격증 시대잖아. 요새 심리치료가 뜨고 있으니,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서."
사실은 심리상담을 받기에는 두려움이 커서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직접 미술심리치료를 배워보기로. 유독 나 자신에게는 인색했기에, 상담에는 돈과 시간이 꽤 들어갈 텐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 직접 배워보고, 어떤 건지 알아보고 나서 상담을 받아도 늦지 않겠다 생각했다.
심리상담을 직접 배워보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직접 활동을 해보고, 같이 배우는 사람들끼리 그룹으로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통해서 나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또 의외로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깊은 곳의 아픔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다가 첫째를 출산하고 나서 산후우울증과 겹치며 폭발하고 말았다.
난 언제나 준비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를 낳기 전에, 임신 출산과 관련 강의를 섭렵하고 다녔다. 그중 '산후 우울증'이란 것도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출산 후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회복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는 정도만 들었다. 강의를 들을 때만 해도 그냥 이런 게 있구나 했는데, 내가 직접 겪을 줄은 몰랐고, 치료가 필요할 정도가 될지는 더더욱 예측하지 못했다.
안 해봤던 것을 처음 시작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게 내 마음을 털어놓는 상담이라면 더욱더.
상담을 받기 전까지는 꽤 많은 자가 치유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상담을 선택한 것은 더 이상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돌이 갓 지난 아들이 있었기에 몸은 기계적으로 아이를 돌보고 있었지만, 점점 손하나 까닥하기 힘들 정도로 무기력했다. 먹는 것조차 귀찮아서 식사를 거를 때가 많았고, 매우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잠을 거의 못 자며, 잠깐 자도 꿈을 꾸느라 제대로 잠을 잔 것 같지도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이대로 모든 것을 놓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즈음, 친한 친구가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서 며칠 머무른 적이 있었다. 사실 그때는 하루 종일 삶을 마감하는 생각에만 몰두해 있을 때였고, 내가 죽고 나면 걱정되는 것은 내 아들뿐이었다. 나와 같이 아이를 돌보는 상황이었기에, 당장에 내가 사라지더라도 친구가 잠시 봐준다면 안심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수첩에 아이가 언제 얼마나 분유를 먹어야 하는지 등 아이 육아에 대한 메모를 적어두고는, 친구를 집에 초대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 때 만나서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친구였기에, 나도 모르게 털어놓은 자살계획에 친구는 진심으로 화를 냈다, 이러려고 나를 부른 거냐며. 그리고 같이 울어주었다, 내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그 일이 있고 나서,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지인이 소개해준 분이었기에 너무 많은 고민하지 않고 시작했다. 미술심리상담이었기에, 간단히 몇 가지 그림을 그려가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집, 비 오는 날, 나무 그림을 각각 그렸다. 그림에 워낙 재능이 없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매개체로 그림이 있는 것이 조금 더 나를 드러내는데 수월했다.
집 그림은 조용한 시골집인데, 나는 창가에 있다. 이는 사람으로부터 떨어져 있고 싶은 동시에 사람을 만나고 싶은 나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말씀하셨다. 또한 이 그림에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은 '꽃'이라는 이야기에 사랑받고 싶은 나의 마음이 표현된 듯싶다고 덧붙이셨다.
비 그림을 보며,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스트레스가 크고 그것이 주변 요인에 있음을 나타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우산을 중간에 그림으로서 나의 의존적인 성향이 드러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꼼짝 못 하고 있는 상황이 지금 현재의 상황을 대변하는 게 아닌가 말씀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인 것은 우산의 크기라고 강조하셨다. 우산이 굉장히 큰 것은 이를 이겨낼 힘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며, 나를 격려해주셨다.
나무 그림은 자아를 상징한다고 하셨다. 내가 그린 나무의 나이는 15살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나의 심리적인 나이를 뜻한다고 했다. 아직 사춘기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또한 줄기가 가느다란 것, 햇빛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 등의 표현에서 아직 내가 원가족과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건 아닌지 얘기하셨다. 또한 이 나무가 도시에 있어 힘들어 보인다고 했더니 그것이 바로 현재 나의 심리상태를 표현해준다고 덧붙이셨다. 거기에 내가 이 나무에게 하고 싶은 말은 "힘내"라고 하니, 그 이야기가 바로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말씀해주셨다.
종합적으로, 나는 아직 원가족에서 독립을 못한 의존적인 성향이 있으며, 감정표현이 서투르고, 힘든 것을 주변에 내색하지 못하는 것 등으로 인해 현재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였다. 하지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와 힘이 있고, 자기 통찰력이 돋보이므로 앞으로 상담이 기대된다고 말씀하셨다.
현재 많이 힘들겠어요. 하지만 그것을 이겨낼 힘도 가지고 있어요.
긍정적 에너지와 부정적 에너지는 항상 함께 있어요.
그 둘을 잘 적절히 표현해야 해요.
부정적 에너지도 건강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알아가고, 내 안에 힘이 있음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이, 막연히 상담실을 찾을 때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그렇게 상담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