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좀 더 밝은걸 써보는 게 어때요

내 마음이 아픈 것을 안다는 것, 그리고 드러낸 다는 것

by 나다움

나는 소심합니다.

식당에서 사람들과 밥을 먹을 땐 이것저것 눈치를 보다가 "아무거나"를 외치고

내가 불편해도 "좋은 게 좋은 거지"하고 넘겨버립니다.

남들과 있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웃어넘기지만, 집에서 혼자 있을 땐 숨죽여 울어버리고요.


그런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의 극소수 지인에게만 글의 존재를 조심스레 알렸습니다.

책 제목(「항상 웃고 있지만, 정신과에 다닙니다」)을 보더니, 한마디 합니다.

"좀 밝은 걸 써봐요."

원래도 작디작은 내 마음이 한 움큼 더 작아집니다.

하지만 이내 웃으면서 답합니다.

"이게 요새 출판 트렌드예요. 트렌드에 맞춰 쓴 거라니까. 하하."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넘겼는데, 아이들을 재워놓고는 한동안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아픈 나 자신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며,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하고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나를 당당하게 드러내자고 다짐했지만, 불안했나 봅니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슬쩍 보였는데,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라 또 철컹했던 거겠죠.


누구나 그렇겠지만, 지금 전 안간힘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습니다.

늦은밤엔 특히 습관적으로 나쁜 생각이 스며드는 것을 잘 알기에 9시부터 자려고 합니다.

술을 마시면 내 안에 눌러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려 위험하기에 술도 안 마십니다.

선천적으로 저체중이라 운동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제가 매일 의무적으로 운동도 합니다.

항우울제가 조금은 힘들어도 꼬박꼬박 먹고 있으며, 심리상담도 주 1회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내 감정에 충실하되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을 익히며, 가능한 지금 여기에 집중하려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땐 어쩔 수 없다고, 아직은 과정 중이라고 되뇌어봅니다.

그 과정에 하나로, 오래전에 했었던 심리상담을 최근에 다시 시작했습니다.

늦었지만, 앞서 지인이 했던 "밝은 것을 써보는 게 어때요?"란 권유에 대한 답으로 이 브런치 북을 씁니다.


앞서 썼던 정신과에 다닌 이야기도 그렇고(「항상 웃고 있지만, 정신과에 다닙니다」),

지금 쓰려하는 심리상담을 했던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자신에게, 이대로의 나도 괜찮다고, 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거기에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이 제 글로 인해 조금이나마 위안과 응원을 받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지인이 추천했던 '밝은 내용'은 아닐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매우 어둡지도 않습니다.

그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수 있는,

어쩌면 주변인이 이미 겪고 있는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속에만 담아두었던 마음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말로 풀어내는 일,

그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