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신의학과를 찾은 이유
"매일 무슨 병원을 가는 거야? 어디 아파?
회사에서 매일 점심시간에 병원에 갈 때마다 동료들이 물어봤다.
"그냥 두통 조금 하고요, 잠을 잘 못 자서요."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정확한 대답도 아니었다.
"저, 마음이 아파서 정신과에 다닙니다."란 말 대신 한 얘기였다.
그렇게 대답한 이유는 나 자신부터 '정신건강의학과'란 곳이 거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병원이란 생각에 정신과에 다닌다고 당당하게 말하기가 불편했다.
그날은 여느 때처럼 직장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특별히 힘들 것도, 굉장히 나쁜 일도 없었는데 와르르 무너졌다.
그래서 그날 당장 정신의학과에 예약하고 진료를 받으러 갔다.
1시간의 상담과 몇 가지 심리검사를 받은 후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약물치료를 권했다.
타고난 기질상 불안감이 높고, 우울과 신체화 증상, 분노가 극심하다고 판단해서였다.
하지만 난 약물치료는 거부했다.
내가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건가 하는 생각에 두려웠다.
사실 난 정신의학과가 친숙하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께서 드시던 약봉지에 '00 정신과'로 쓰여있던걸 봤을 때부터였을 거다.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처럼 정신과도 그냥 보통의 병원 중 하나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정신과 진료를 받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외할아버지는 자살을 하셨다.
외할아버지의 구체적인 치료과정은 잘 모르지만,
어쨌든 내 인식 속의 정신과 약물치료는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자살'처럼 남아있었다.
의사 선생님께 약물치료에 대한 나의 간접경험을 들려드리니, 그럼 비약물치료를 권하셨다.
내가 앞으로 하게 될 치료는 자전거를 타는 법을 배울 때처럼, 매일 조금씩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난, 정신과를 매일 다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