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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x Aug 29. 2023

'마스크걸'과 '마음이 고와야지'

어느 선배 한 분이 말씀하셨다.

"예쁜 애들은 태어날 때, 고시 하나 패스하고 난 거야".

외모지상주의자셨던 어머니는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쁜 애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야".


예나 지금이나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양이 실로 방대하다. 고전소설 '박씨전'부터 루비콘강을 건너버린 카이사르의 연인 클레오파트라까지 소위 '경국지색'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삼국지에 나오는 절세미녀 손책의 아내 대교, 주유의 아내 소교를 얻기 위해 조조가 적벽대전을 일으켰다는 후일담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리하여, 사람의 외모보다는 그 속내가 중요하다는 논거까지 나오기 시작하는데,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로 시작하는 남진의 '마음이 고와야지'가 그 세태를 대변한다.

흔히들 하는 얘기로 여자가 남자를 고를 때 젊건 늙건 돈의 많고 적음을 따지듯이 남자가 여자를 고를 때 총각이홀아비건 최종적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근데 예뻐?"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마스크걸'을 보게 된 건 단순히 고현정이 나온다고 해서였다. 고현정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어떤 연기를 보일지 궁금해서 보게 된 '마스크걸'에는 진짜 마스크걸만 나오고 고현정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오기가 생겨서 언제 고현정이 나오나 계속 보게 되었고 그녀는 거의 극이 끝나가는 시점에 김 빠지게 등장하고 만다.

이런 류의 드라마나 영화를 극혐 하는 와이프는 거실과 방을 오가며 나를 힐끗거렸고 "아직도 봐?"를 남발했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고 마지막 회까지 그리고 엔딩 크레딧까지 보는 기염을 토하고 만다.


알고 보니, '마스크걸'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은 몇 년 전 간만에 쫄깃쫄깃함을 보여주었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연출이었다. 정우성 전도연 배성우 윤여정 등 다소 호화캐스팅스러운 영화였는데, 배성우가 목욕탕에서 돈가방을 가지고 주인과 옥신각신하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은 마치 쿠엔티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웃'에서 할렘가 같은 마약소굴로 홀연히 들어가서 의연하게 행동하는 브래드 피트가 나오던 장면과 유사했던 걸로 기억한다.

얼굴만 예쁘지 않고 마음이 고와야 여자라고 읇조리던 남진 형님은 실제 생각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고우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하는 건 나만의 욕심일까. 옛말에 동가홍상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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