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nx Feb 06. 2024

'라스트 미션', 클린트 이스트우드

동림(동쪽 숲:이스트우드)형님의 마지막 이야기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특이한 이름의 배우를 처음 본건, 시거를 꼬나물고 온갖 인상을 다 쓴 채로 상대를 응시하는 서부영화에서였다. 그 후, '돌아온 장고' '내 이름은 튜니티'를 보며 서부영화에 매료됐다가 '로마의 휴일' '자이언트' '셰인'을 보며 달달하고 므흣한 할리우드 영화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런 그의 감독 데뷔작이자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는 로베타 플랙의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로 감미롭게 시작되는 노래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였다. 그로부터 그는 50여 년이 넘게 감독과 연기를 병행하고 있다.

이번에도 감독과 주연으로 출연한 '라스트 미션'의 원제목은 'The mule'이다. 마약 운반책이란 뜻인데, 그는 80대 후반의 노령으로 마약 카르텔 소속 운반책으로 분한다. 레오 샤프라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라고 한다.

얼 스톤(클린트 이스트우드)은 원예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인사다. 최우수 백합상 등을 받고 원예사로서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 하지만, 워커 홀릭 스타일인지라 일을 위해 가정을 등한시하는 바람에 부인과는 이혼을 했고, 하나밖에 없는 딸과는 절연 상태다. 그나마 손녀만은 그의 편을 들어주며 다정하게 대해준다. 인터넷이나  SNS 활동을 비웃던 그가 그로 인해 원예사업이 망하게 되고 당장 수입원이 끊기게 되자 우연한 기회에 마약 운반책이 된다는 이야기다.

1930년생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전작인 '밀리언달러 베이비'나 '그랜토리노' 시절보다는 훨씬 더 노쇠해 보인다. 세월, 술, 매에는 장사가 없다지만, 거장의 굽어진 등을 보며 살짝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얼 스톤은 마약단속반인 브래들리 쿠퍼에게 체포되고 법정에서 죄를 인정하기에 이른다. 법정을 나서는 스톤을 향해 딸이 "이제는 어디 계신지 알 수 있으니 안심이 되네요"라고 하는데, 그녀는 실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딸이라고 한다.

이혼한 전처가 불치병에 걸려 스톤이 문병을 가는데, 그녀를 또 이런 말을 한다.

"얼, 당신은 밖에서 인정받는 사람이었지요. 우리 가족에게 당신은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유명 코미디언이 집에 가면 말 한마디 안 한다는 말이 있다. 밖에서 온갖 에너지를 쏟아붓고 집에 가서는 쉬어야 하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을 보면 밖에서 잘하고 집 안에서 잘 못한다는 사람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그런데, 집에서는 잘하는데 밖에서 못한다는 이야기는 잘 들어보지 못한 듯하다.

자식 걱정, 돈 걱정하는 아내를 보면, 70세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일해서 돈을 벌어야 되나 싶은 요즘이다. 그 옛날의 노랫말처럼 사노라면 좋은 날도 오려는지 궁금한 아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빌어먹을 세상 따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