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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강 Jun 17. 2020

죽은 잎을 떨어뜨리는 것은 어엿하게 살아있단 거예요

제목은 나의 작곡 선생님이기도 하셨던 싱어송라이터 홍혜림님의 정규 2집 [화가새]의 수록곡 중 <나무>의 노랫말이다. 지금은 레슨 받지 않지만 한동안 선생님이셨고, 나의 미니앨범 중 몇 곡은 선생님께 들려드리고 평을 받은 적도 있어서 나에게는 여전히 선생님으로 여겨지는 분이다. 홍혜림 선생님의 [화가새] 앨범을 워낙 좋아하는데 요즘 다시 이 노래에 꽂혀서 여러번 듣고 있다. 이 노래를 듣다보니 나의 나무와 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봄이 되면서 교습소에 새로운 화분을 2개 들였다. 원래 키우던 화분이 있었는데, 아니 사실 키운다고 하기는 어렵고 그냥 공간에 있던 화분이 2개 있었다. 처음 교습소 문을 열 때 초등학교 동창들이 선물해줬던 화분이었다. 친구들은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생존해내는 식물로 엄선하여 선물해줬다. 공기정화식물로 유명한 스투키와 고무나무였다. 그다지 애정을 주지 못했던 내 곁에서 3년이나 함께 있었으니 그들의 생존력은 대단했다. 물론 물은 주기적으로 줬지만 그뿐이었다. 3년이 지나면서 그들은 가지가 조금씩 썩기 시작하더니 죽지 못해 살아가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식물인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동물성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식물성 기능만을 한다는 말이 어쩐지 잔인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하다.


하여튼, 원래 있던 화분의 식물과 흙을 들어내고 빈 화분에 '필요한 분 가져가세요'라고 적어 테라스에 두었더니 다음날 종적을 감췄다. 누군가에게 쓸모 있어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가뿐했다. 빈 자리에 나는 뱅갈고무나무와 금전수를 새로 들였다. 아버지와 광명화훼시장에 가서 직접 내가 고른 아이들이다. 

이번에는 애정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보자 해서 이름도 지어주었다. 뱅갈고무나무는 뱅뱅이, 금전수는 전수씨라고 부르고 있다. 근데 함께 한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아서 뱅뱅이의 잎사귀가 심상치 않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한 초등학생 제자 아이가 '선생님! 이러면 다른 잎사귀에까지 전염돼요! 얼른 정리를 해주셔야 해요!'라고 충고해주었는데 아직 잎사귀를 떼지 못했다. 어쩐지 잎사귀를 매정하게 떼기가 좀 그래서 아직 그러지 못했는데, 다른 잎사귀들을 위해서라도 당장 떼어줘야 하는걸까? 실내에는 햇볕이 들지 않아서 아무래도 식물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는데, 뱅뱅이의 잎사귀가 이러니 마음이 좋지 않다. 


최근 꽃다발 선물을 몇 번 받으면서 항상 조화튤립이 꽂혀있던 꽃병에 싱그러운 생화를 꽂아둘 수 있게 되었다. 생화의 아름다움이란 조화와 비교가 안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꽃 값이 만만치 않아서 그냥 조화를 꽂아두기만 했었다. 모처럼 선물 받은 꽃을 꽂아보니 왜 꽃의 여왕을 장미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너무 아름답다. 이렇게 예쁘다니 눈물 날 지경이다. 매일 아침 차가운 물로 갈아주었더니 일주일보다 며칠 더 함께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꽃을 꽂아보려고 근처 꽃집에 갔다. 갔더니 작약이 있었다. 지난 어버이날 어머니께 꽃다발 선물을 하려고 백화점 꽃집에 들렀다가 작약이 너무 탐스럽게 예뻐서 한 송이에 얼마냐고 물었더니 한 송이에 3만원이나 한다고 했던 작약. 너무 어마어마한 꽃 가격에 놀라서 조용히 카네이션만 사서 나왔었는데, 동네 꽃집에서는 한 송이에 1만원이라고 했다. 물론 이 가격도 정말 비싼 가격이지만 지난날 3만원이었던 가격을 생각하니 이 정도 지출은 괜찮게 느껴졌다. 그래서 작약을 2송이 포함해서 다른 꽃들도 조화롭게 사서 꽃아두었다.                                              

탐스러운 작약의 자태를 보라. 함께 곁들인 카네이션과 왁스플라워까지 다채롭고 아름답다. 그런데 며칠 지나 꽃병의 물을 갈아주다가 처참한 사고가 생겼다. 잠깐 눕혀둔 작약의 꽃잎이 우수수수 다 떨어져 버린 것. 그 순간 나의 마음은 함께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게 얼마짜린 꽃인데!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너무 빨리 내게서 아름다운 기분을 만족할 시간을 앗아가버린 것 같아서 원망스러웠다.                                              

처음 모습과 비교해보니 어찌나 볼품 없고 축 쳐진 모습인지. 며칠 지나니 꽃은 다 시들해버리고 향기도 없어졌다. 생화를 사서 꽃병에 꽂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꽃병에 꽂은 꽃은 며칠이 지나면 시들 뿐 아니라 냄새도 고약해진 다는 것을. 그리고 심하면 벌레도 생긴다는 것을. 아름다운 잠시고, 그 뒤처리는 고약하다. 한 생명이었던 것을 꺾어버리고 생명을 연장한답시고 사실은 죽게 내버려두고 있는 그 모습의 결과는 처참하다. 냄새가 고약하게 나는 마른 꽃을 나는 코를 부여잡으며 쓰레기통에 버린다. '역시 생화 보다는 조화가 관리하기에 더 낫네. 돈도 안들고!' 라는 생각을 잠시 한다. 그러나 이내 살아있는 것을 잠시나마 곁에 두면서 느꼈던 생의 아름다움을 어찌 플라스틱 가짜와 비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살아있었기에 아름다웠지만 질척였고, 기쁨을 주지만 손이 많이 가고 고약한 모습. 


홍혜림님의 정규 2집 [화가새] 수록곡 <나무>의 노랫말이다. 

                        

나뭇가지

잎 떨어져요

마른 잎 흩어져요


만남보다 이별이 힘들어서

눈물과 같은 방향으로 멀어져요


죽은 잎을 떨어뜨리는 것은 어엿하게

살아 있다는 거예요


살아간다는

사랑한다는

진실한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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