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아이가 소풍을 가는 날이다.
그런데 내가 다 설레는 이유는 왜일까.
학교에 근무를 해봐도 아이들은 소풍날을 가장 기다린다.
내가 어렸을 때, 소풍 가기 전날이면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시장에 가셨다.
엄마는 시금치, 당근, 김 같은 김밥 재료들을 사시고, 나에게 먹고 싶은 과자와 음료수를 고르라고 하셨다.
그러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평소에 먹고 싶었던 간식거리를 한가득 바구니에 담았다.
그때는 먹고싶은 것을 아무때나 먹을 수 있는, 풍족한 시절이아니었다.
시장에서 사 온 간식거리를 신나게 가방에 챙겨 넣고 자기 전엔 꼭 내일 비가 오지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들뜬 마음으로 잠을 뒤척이다가 늦게 잠이 들었지만, 희한하게 소풍날만큼은 평소보다 눈이 빨리 떠졌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부엌에서 김밥 쌀 준비를 하시던 엄마의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아마도 나를 일으켜 세운게 아닐까싶다.
노란 도시락통에 반듯하고 예쁘게 자른 동글동글한 김밥을 담아, 나와 오빠에게 주시던 엄마의 손은 참기름이 묻어 반짝반짝 빛이 났다.
도마에 남은 김밥 꼬다리는 손으로 집어 먹으면 꿀맛이었다.
오빠와 서로 먹겠다고 결국 싸움이 나면 엄마는 얼른 오빠 입에 하나, 내 입에 하나씩 공평하게 김밥 꼬다리를 넣어 주셨다. 나는 그때의 엄마의 향기로운 손맛을 잊을 수 없다.
소풍 장소라고 해봤자 학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동네 공원이나 뒷산정도였지만, 그래도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풍은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이 즐거웠다.
친구들과 함께 수건 돌리기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면서 별 것 아닌 것에도 우리는 깔깔대며 우리는 웃었다.
뭐니 뭐니 해도 소풍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보물찾기.
선생님이 미리 숨겨 놓으신 하얀 종이를 눈을 크게 뜨고 찾다가 종이를 발견했을 때의 그 희열은 말할 것도 없이 생생하다.
비록 상품은 연필 한 자루였지만, 그래도 그것은 값진 보물이었다.
요즘 소풍 풍경은 예전과 조금 다르다.
맞벌이 부모들의 수고로움을 덜어 주기 위해서인지, 학교에서 미리 점심을 단체로 예약해 두어 집에서 김밥 도시락을 싸 주지 않아도 된다.
덕분에 나는 아침 시간을 바쁘지 않게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내 아이의 추억만들 기회를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나는 아들이 나처럼 '소풍날의 설렘'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 손을 붙잡고 마트에 가서 좋아하는 간식도 사주고 소풍 가방도 미리 같이 싸 놓고 하면서 소풍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소풍 가서 좋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힘에 부칠 때 가끔은 내 인생이 희생되는 것 같아 우울할 때도 있지만 아이가 키우면서 나는 나의 어릴 때로 돌아갈 때가 많다.
오늘도 그때의 내가 느꼈던 설렘, 추억들을 지금 이 순간, 다시금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뒤척이던 아이처럼 나도 오늘 밤은 설렘에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