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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떨어지고, 정도 떨어지고

수다는 못 참지

by 한빛고은
엄마 엄마 일어나 봐 큰일 났어

지금 천장에서 물 떨어지고 벽지가 불룩해졌어


일요일 아침을 여는 소리는 다급했다.

평소 같았으면 눈감고 자는 척을 하며 10분 정도 미적거릴 시간을 벌었을 텐데, 에이. 망했다.


무슨 소린가 하고 벌떡 일어나 큰아이 쪽으로 한걸음에 도착했다.

거실 화장실과 부엌 싱크대를 연결하고 있는 복도 위쪽 천장이 복어 배처럼 불룩해 있었고 물이 한 방울 맺혀있었다.


곧이어 관리소 시설 기사님이 오셨고, 우리 집 화장실 천장과 싱크대 하단, 베란다 틈새를 살펴보시고는, 위층 누수 같다고 하셨다.

물이 너무 많이 고여서 놔두면 전기까지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벽지에 구멍을 내서 물을 흐르게 뒀다.


기사님은 일단 위층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 년 전 화이트 +우드로 인테리어를 하고 그간 시끄럽게 해 드려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러 올리러 이삿날 방문한 우리 윗집은 외국생활을 오래 하셔서 집을 비우신다고 하셨다.

아니나 나를까, 지금도 해외시고 다행히 이틀 뒤면 한국에 오신다고, 기사님을 통해서 우리 집에 미안한 마음을 전해 오셨다.


누수로 인한 해결 절차

1. 누수된 집 연락

2. 과실 확인

3. 피해 보상 협의

4. 수리


과정은 간단해 보였지만, 우리 집이 말로만 듣던 누수 피해를 입은 집이라니. 2번까진 했고, 그러면 기사님께 보통 이런 정도면 어느 정도까지 수리를 해야 하는지 의견을 여쭈었더니, 아주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 설레 저으시며,

이렇게 물이 쏟아지는 집은 처음 본다며 포괄적인 범위조차 감히(?) 입 밖으로 내지 않으셨다.


내가 사주에 물이 많다더니(요즘 챗gpt에 별거 다 물어봄) 하다 하다 폭포수처럼 물이 쏟아지다니.

물과의 인연이 이 정도로?


나는 일생일대 처음 겪는 이벤트에 집에 있는 성인 어른과 호들갑을 떨고 싶었다. 그러면서 보상범위도 자연스레 의논하고 싶었다. 하지만 과묵한 남편은 여전히 말이 없다.

대화를 하고 싶다....그래서

감정을 같이 나눌 엄마와 큰애 친구 엄마들에게 누수 사진을 보내고 우리집 큰일에 대해 이야기를했다.


갑자기 그런 거냐

힘들겠다

놀랐겠다

보상은 어디까지 하냐..

후우... 묻고 답하고 났더니 숨통이 트이는 거 같다.


수다를 통해 얻은 것, 갑자기 배관이 터지면 저러기도 한다는 경험담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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