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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선생님의 연구 수업

by 한빛고은

오후시간 동아리활동이 연속으로 3시간이 잡혀있는 날, 동학년 동교과 선생님의 요청이 들어왔다.

"선생님, 오늘 2,4교시에 저희 교생 선생님 수업 공개가 있어요, 비는 시간 있으시면 잠깐 와서 보세요~~"


5월의 막바지, 벌써 교생들의 일정이 마무리되는 시기였다.

공강 시간이 귀했던 오늘이지만, 그래서 0.1초 고민했지만, 그래도 당연히 가봐야 할 일이기에 흔쾌히 알겠다는 답을 보냈다. 그것은 교생을 한 달 동안 지도하시느라 애쓰신 선생님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다.


4교시가 되었다. 수업 종이 치자마자 반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교실 뒷문을 천천히 열고 들어갔다.

나를 제일 먼저 반겨 주던 작년 반 아이들.. 입모양만 방끗방끗하면서 "선생님~!!"을 외치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나도 입을 빵끗하면서 인사를 하고 참관을 시작했다.


교생선생님은 도입-전개-마무리의 fm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군기가 잔뜩 들어간 신입처럼 패기와 자신감이 넘쳤다. 목소리 톤도 성량도 아주 좋았다. 임고 수업 실연에서 저 정도라면 합격이 아닐까!! (생각보다 수업 전달력이 중요하다는 사실~)


교생선생님은 지난 시간에 배웠던 키워드 5개를 물어보고 대답한 친구들에게 바로 사탕으로 보상을 주었다. 뒤에 있는 아이들에게 전달- 전달- 전달-하느라 잠깐 소란스러웠지만, 그러나 이내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이번 시간 학습 목표를 공개했다. 그리고 영상 자료와 PPT 사진을 준비하여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족사진뿐만 아니라 여자 친구까지 넣어가며 정성껏 자료를 만들었다.

수없이 연습했을 농담 섞인 멘트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긴장한 기색도 없이 완급 조절을 완벽하게 해 내는 교생 선생님이 대단해 보였다.


내가 교생일 때만 해도 동기가 10명이 넘었었는데 그것도 다 옛말이 됐다. 작년엔 네 명이 오더니, 올해는 두 명 밖에 오지 않아, 아마 교생 둘이서 이 넓은 학교에서 처음에는 낯설었을 텐데 그래도 워낙 파워 E답게 (첫 소개를 mbti로 하는, 역시 mz ^^) 씩씩하고 즐겁게 교생 한 달을 보내신 것 같았다.


교생이 5월에 온다고 하면 교과협의시간에 누가 담당할 것인지 눈치싸움을 한다. 작년에는 나도 눈치싸움을 하다가 결국 한 명을 맡았지만 올해는 담임반이 없어서 홀가분하게 넘길 수 있었다.

교생이 온다고 하면 환영할 수만 없는 현실... 교실 분위기가 한껏 들뜨고, 한 달 동안 일일이 누군가를 챙겨주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기에.. 그리고 요즘에는 사대 출신이더라도 임고를 안 본다는 사람도 많아서 바쁜데 굳이 굳이 내가 괜한 수고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데 내가 교생이었을 때도 그랬겠지?!!

20년 전, 그때도 물론 나를 담당해 주셨던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하긴 했지만, 막상 교생을 맡아보니 그 노고가 더 와닿는다. 그나저나 교생 선생님의 수업을 보고 나니, 교생의 젊음이 부럽고 싱그러웠다.

젊음이 무기다.. 유머 코드도 맞고 아이돌 이름도 척척 알아듣고. 아이들도 그런 젊은 샘에게 더 집중하는 것 같고...


나도 H.O.T 몰랐던 우리 중학교 때 역사 선생님 보고 코웃음 쳤을 때가 있었는데 내가 이제 그런 선생님이 되다니...

역시 젊은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다 이유가 있다. 나부터도 보고있으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데.. 애들은 오죽하랴..


그렇다면 어린 애들 틈에서 계속 늙어 가는 내가 교실에서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나이말고 어떤 매력(?)으로 어필해야하는지는, 긴 시간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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