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어법 수업을 부탁해
가정의 달을 보내고 있는 '나의 가정'은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해서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5월을 보내는 학교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달력에 표시된 주요 행사 이외에도 5월의 학교는 매우 바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5월, 학교는 성수기 시즌인 것이다. 체험학습과 체육대회를 시작으로 졸업사진 촬영, 각종 행사들로 분주하다.
덕분에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집중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딴 소리도 많이 하고, 멍 때리는 일도 있고...
그런데 교사는 이런 분위기가 참 힘이 든다. 이 아이 진정시키면 저기서 또 불쑥~ 저기 진정시키면 또 여기서 불쑥~
두더지 잡기 게임하듯 그렇게 들뜬 분위기 진압에 나서다 보면 평소보다 더 에너지를 쓰기 일쑤다.
그렇다고 수업을 안 하고 지나갈 수는 없는 일이고.. 학교는 5월만 사는 게 아니기에...
5월이 지나면, 6, 7월 시험기간과 생기부 마감 시즌이 오고, 지필 평가와 수행 평가, 생기부를 위해서 수업 진도도 부지런히 나가야 하고 자잘 자잘한 평가나 교과 활동도 해야 한다.
나도 아이들의 들뜬 기분에 장단을 같이 맞춰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럴 수 없다는 게 현실..
오늘은 평소에도 차분했던 녀석들까지도 웬일인지 시답잖은 농담을 하면서 수업 분위기를 흐린다.
이런 분위기에서 더욱 나는 엄. 근. 진. 을 유지한다. 아이들이 선생님 '꼰대'같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오늘의 수업 내용은 운율과 역설, 그리고 반어.
개념과 예시 만드는 것까지 어떻게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꺼낸 카드는 영상자료.
문학 작품에서만 반어, 역설이 쓰이는 것은 아니니,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만한 노래영상을 틀었다.
반어? 하면 이거지.. god 거짓말
출처:kbs
난 네가 싫어졌어, 우리 이제 헤어져
다른 사람이 생겼어, 너보다 훨씬 좋은
잘 가(가지 마)
행복해(떠나지 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나를 잊지마)
나는 괜찮아(아프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가(제발 가지마)
kbs 50주년 기념 X GOD 25주년 영상을 보여주고 아이들의 반응을 살폈다.
"어? 선생님, 저 사람 장첸 아니에요?"
남자아이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나는 그 반응이 귀엽고 웃겨서,
"맞아~ 근데 원래 본업이 25년 전에 아이돌이었어!"
아이들에게는 모르는 중년 아저씨들이 뭐 저렇게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나 싶겠지만...
나는 그들이 예나 지금이나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고 나니, 할머니가 젊었을 적 이야기하는 기분이 이런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화려했던 아이돌 시절을 마감하고,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본연의 색에 어울리게 삶을 살아가는 god나 마흔 중반이 되어 고등학생 때를 추억하는 나나..
모두에게 시간은 공평하고, 누구나 변하기 마련이라는 진리를 새삼스레 한번 더 깨닫게 된다.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아직도 마음만은 아이들같이 중고등학생인 것 같은데...
오늘 나는 업무를 하면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리고 god의 다른 노래도 들었다.
애수, 관찰, 0%, 촛불하나, 어머니께
고등학생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나의 여고시절
단발머리에 교복을 단정히 입고 흰 양말을 두 번 접어 신고, 학교와 집을 오가며 별로 특별할 것 없던 그 시절이, 나는 왜 이리도 그리운 것일까..
꿈 많고 사랑하던 사람들과 늘 함께였던 행복했던 그 시절..
그때 같이 했던 나의 친구들과
그리고 내 나이를 하고 최선을 다해 가정을 꾸렸을 우리 아빠가 사무치게 그리운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