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히 쉬는 게 때로는 더 중요하다
마라톤에는 DNF라는 말이 있다. Did Not Finished의 약자로, 완주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제한시간 내에 들어오지 못하거나 중간에 포기했을 경우 DNF라는 결과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DNF가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했다. 결국 실패했다는 거니까. 그런데 점점 더 러닝에 진심이 되면서 나도 점점 거리와 페이스를 올려갔고, 첫 하프마라톤을 앞두고는 무리한 나머지 조금씩 아픈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악물고 대회까지만 버티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준비한 대회 전날, 내가 무서웠던 것은 DNF할까봐가 아니었다. 나는 DNF 하지 못할까 봐 무서웠다. 혹시라도 몸이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데도 내가 포기하지 못할까 봐. 고작 불명예를 무서워하다가 더 큰 부상을 안게 될까 봐.
다행히 무탈하게 대회를 완주했지만, 이후 DNF를 택한 사람들을 보면 열심히 준비한 대회에서 포기를 택한 용기와 결단력이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졌다. 인생도 마라톤이어서 매 대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래오래 건강하게 달리는 게 중요한 것임을 그들은 진작 알고 있던 게 아닐까.
가끔 내가 여유를 갖지 못하고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문득 생각한다. DNF 할 수 있는 용기를 내자고. 지금은 쉬어야 할 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