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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어나목적어 Mar 04. 2024

어쩔수없지않겠니

아빠에게 연락이 왔다. 연락이 올 때가 됐는데..하고 있었는데 진짜 전화가 오니까 쓴웃음이 났다. 아마 내가 아빠의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던것만큼이나 아빠도 나의 행동을 예상하고 알고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이 글을 적는 와중에도 눈물이 난다. 전화 오기 전까지 나는 나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었다. 아빠 엄마가 어디 아픈건 아닐지. 혹시 아빠가 그 사이 은퇴하지는 않았을까. 무수한 생각들을 애써 구석에 쳐박아둔채로 어쨌든 나는 나의 삶을 살았다. 뜨개를 열심히 하고있었는데 전화를 끊고 어지러웠다. 그래서 이 집에 이사 온 10월부터 절대 치우지 않고 처박아둔 물건들을 모조리 치웠다. 옷방에 쓰레기처럼 던져놨던 옷도 전부 치웠다. 우울했다.

외삼촌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했다. 잠시 정말일까? 싶었지만 그렇다고하니 그렇지않나 싶다. 그동안 아빠와 같이 일하던 페이닥터 아저씨가 아빠의 은퇴 및 병원 양도를 요구하다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고했다. 아빠는 예전부터 내가 결혼하는 날 은퇴한다 노래 불렀으니까 아빠가 기대한 나의 결혼이 어긋났기에 은퇴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엄마 동생의 만류, 그래서 퇴사한 그분 때문에 아빠는 2년더 일하게됐다고했다. 아빠도 짠한것같고 외삼촌도 슬프다. 외삼촌은 나를 인정해주었던 몇 안된 사람 중 한명이었기 때문이다.

출근하면 내 앞에 내 일을 해야하니 괜찮겠지. 했는데. 괜찮지가않다. 이렇게까지 가족을 등지고 내가 이 사람과 결혼을 한다고 한들 이걸 행복이라고 부를수 있는걸까. 싶다가도. 나에게 주어진 가족보다 나와 앞으로 내 인생을 함께할 내가 꾸려야할 나의 새로운 가족이 더 중요한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단 한번도 30년 인생에 내 주장을 관철시켜본적이 없었고, 처음으로 나의 길을 주장했지만 내가 선택한 길을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아니 못한다는. 그 마음까지 이해하기엔 나의 남은 인생이 안타깝다. 나 그냥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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