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물 속에서 살고 인간은 물 속에서 있기 위해서 여러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내게 무중력은 굳이 나누자면 두 가지이다. 상실의 고통 속에서 있을 때와 실제로 바다 속으로 깊이 들어가 어떤 말도 필요 없었을 때.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를 보내고 혼자 방안에서 태어난 무중력과 지금을 꼭 기억하자고 다짐하던 타국의 바다 속. 편했다. 숨이 막히고 보호 장비들이 자꾸 헐렁해져도 주황색의 니모들을 가르키던 다이버의 마음. 그는 내게 하트 모양의 물거품을 선물해주었고 떠나기 전에 조심스레 가방에 있는 링깃을 다 주고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틀어놓고 서서 맥주를 들이키며 담배를 폈다. 나는 매일 무중력을 만든다. 비슷하고 아주 다르지만 그래도 gravity, 다.
여행, 은 그저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고향을 만나는 것.
돌아갈거라는 약속이 있어 더 야속하고 하나라도 더 깊이 느끼게 되는 몰두가 존재한다.
이 사진의 바다의 이름은 아직도 모른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딱 15분의 시간이 주어졌고 푸른 바닷가에 소들이 있었다. 나는 이미 더러워진 운동화로 열심히 뛰어 소들에게로 갔다.
소들이 무섭지 않았다. 그저 이런 석양 속에 있는 소들이 부러웠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에, 가장 좋아하는 푸른색 아래에서 내가 있었다.
마우이, 에서 고양이를 만났다. 이 아이의 이름은 밍, 이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았지만 가게의 외국인 사장님은 밍을 한국에서 데려왔다고 했다.
석양이 짙어져 여기저기서 감탄의 플래쉬들이 터지고 나도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그러다 다시 밍의 곁으로 갔다. 헤어지기 싫었다. 그래서 안녕, 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밍의 안부가 궁금하다.
지금쯤이면 또 그곳에서는 마법 같은 석양이 내리겠지. 그 석양 빛에 물들었을 너의 등과 눈동자와 얌전하면서도 도도한 자태에 마음으로 안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