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블랙홀
지나가면서 계속 신경 쓰이던 상자가 있었다. 나는 새로운 물건도 물건을 사용할 곳에 넣어놓는다. 이렇게 글로 쓰니 당연한 글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는 박스채로 새로운 폼클렌징, 칫솔, 수건 등을 넣어놓고 책상에는 문구류들만 넣어놓는다. 며칠 전에 창고를 정리하면서 물건들에게 새롭게 자리를 찾아줬다. 그런데 칫솔 걸이가 들어있는 상자 하나가 있을 자리가 부족했다. 그래서 그 상자만 다른 곳에 넣어놨다. 나중에 자리가 비면 바로 채워 넣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넣어놨다. 자리에 있지 않는 것들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 상자는 내가 그 상자 옆을 지나갈 때마다 내 눈길을 끌었다. 계속해서 보이니 마음에 쓰였다. 그래도 더 반복되니 잊혔다. 때마침 칫솔걸이에 곰팡이가 펴서 사용하던 칫솔걸이를 버렸다. 내 칫솔이 화장실을 나뒹굴었다. 며칠을 생활하다가 새로운 그 박스 안에 있던 칫솔걸이가 생각났다. "지금 게으르지 않을 때 옮겨놔야 된다!"라는 마음으로 집을 돌아다니며 박스를 찾았다. 매일 보여서 날 거슬리게 하고 또 마음 쓰이게 했던 박스가 안 보인다. 기억을 거슬러 생각한 곳에 가도 다른 물건들 뿐이었다. 하다못해 쓰레기통까지 뒤적거렸다. 내 머리엔 아니 내 공간엔 블랙홀이 있는 게 분명하다. 존재함으로써 날 불편하게 했던 것이 부재함으로써 더욱 날 불편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칫솔이 화장실에서 나뒹굴고 있다.
상자가 날 용서하고 다시 찾아와 줄까?
+ 부엌 서랍에서 찾았다! 이제는 물건이 화장실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