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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맴맴 Dec 31. 2023

좋은 곳에서 만나요. 이유리

1인칭주관적독자시점

한때 죽음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적이 있다. 종류를 한정 짓지 않았다. 어떤 죽음이건 간에 떠나는 것이, 그리고 남게 되는 것이 끔찍했으니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그 생각이 더 착 달라붙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더 생각하게 되었다.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가보지 못해 알 수 없는 그 길은 계속 어두웠고 두려웠다.

신기하게도 어린 딸이 어느 날부터 죽음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했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죽으면 영영 못 보는 거야?

나는 그런 거 싫어

아이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부터. 그것은 그냥 본능적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의 질문에 대해 뭐라고 말해줄 수 없었다. 엄마도 몰라, 말하기도 애매한 문제였고 뚜렷한 답을 내어주기도 어려웠다.



이유리,  아홉 번의 생
수없이 많은 생명이 서로 관계를 맺고 끊을 때마다 세계는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세계가 빛이라면 관계는 두꺼운 유리조각과도 같다. 하나의 관계를 통과한 세계는 수십 가지의 색깔로 나뉘며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한번 지나간 빛이 돌아오지 않듯이 세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억만 분의 일의 확률로 무작위로 내달리던 두 갈래의 빛이 어딘가에서 다시 겹쳐지는 찰나가 있다면.


여기

오리배 선착장에서 지박령이 된 여자와

택시드라이버.

너무 다른 것을 사랑한 고양이와

자살 후 사랑하는 이를 찾아간 여자가 있다. 


서로 다른 이유를 가진 이들의 죽음을  소설가 이유리가 연작으로 엮었다. 한편 한편 보면서 알게 된 건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갈 거라는 믿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후보다는 지금, 여기.

곱씹을수록 남는 건, 오늘 그리고 우리에 대한 감사다.


좋은 곳으로 가지.

이젠 딸에게 이렇게 말해줘야겠다.

그리고 좋은 곳에서 다시 만날 거라는 것도.

그전에 지금 더 사랑하자는 말도.




주관적추천

재미있다가 뒤통수 딩~~~ 울림을 받고 싶은 사람

상큼 깔끔한 문체를 좋아하는 사람

누군가를 잃어본 적 있는 사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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