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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맴맴 Jan 06. 2024

제 꿈 꾸세요. 김멜라


좋은 만큼 무서운 마음이 들지만 그것보다 더 크게 좋았던 것.

아마도 나에겐 중학교 2학년 시절의 동네 언니였던 것 같다.

학교를 자퇴하고, 물고기 잡는 아버지에게 밥을 해주던 언니는 아버지가 나가 있는 사이에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중 가장 어린애는 언니의 배다른 남동생이었다. 초등학생인 남자애 바로 위가 나였는데 나는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다. 모임인원은 대중없었다. 한 마을에 사는 애들. 그중엔 고등학생인 언니와 오빠 몇몇이 있었는데 그들은 주로 모여 주전부리도 하고 심심하면 뽀뽀도 하고 그러다 만화책도 보고 비디오도 봤다. 그러다 어느 날 화가 나면 죽어버리겠다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내가 겁을 집어먹을 때마다 언니는 ‘너는 집에 가라’ 했다. 그래서였는지 어쨌는지 나는 그 언니가 왜 그렇게 좋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언니의 동네 평판은 너무 좋지 않았고, 엄마는 그 집에 가는 것을 금지했다. 그래도 그 언니와 놀겠다며 반항하는 나에게 엄마는 매를 들었고, 매를 맞으면서도 엄마가 그 언니한테 엄마처럼 해주면 되잖아! 하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그때 멍했던 엄마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기가 차하는 엄마 표정을 생각하면 나도 웃음이 날 정도다. 엄마의 반대에도 나는 계속 언니네 집을 들락거리며 놀았고 한동안 그들과 어울렸다. 그때 그 마음을 끄집어낸 것이 김멜라의 제 꿈 꾸세요 중에서도 <링고링>이다.  도대체 왜 그때 그 언니가 생각날까. 그리고 그 언니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영주가 손을 크게 흔들었다. 그 모습이 물 위에 어른거리는 빛처럼 두 겹 세 겹으로 번져 보였다. 혀 위로 더듬으면 떨어져 나간 어금니의 빈 공간이 혀끝에 닿았다. 영주와는 절대 그런 사이가 되지 않을 거라고 나는 다짐했다.


그런 사이가 되지 않을 거라는 화자의 결심이 해피엔딩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나는 싫어’라고 미뤄놨던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나와 맞지 않을 것만 같은 책이라던지, 하기 싫은 집안일이라던지 아마도 그런 것들. 그런 것들 중에서 나는 김멜라의 <제 꿈꾸세요>를 집어 들었다. 아마도 사탕껍질처럼 예쁜 책 표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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