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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 Dec 28. 2021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죽고 싶다#1

글을 열며

가게 개업 첫날은 아직도 생생하다.


대학가 인근 첫 보드게임 카페


"어서 오세요!" 어색한 한 마디로 시작한 하루


제대로 된 메뉴판도 없던 곳이었는데도


재밌게 보드게임을 하다 가는 손님들에게 감사했다.


한 번에 여러 인원이 몰려오면 당황해 잔도 깨먹고


외국인 손님들이 오실 때면 서로 접객을 떠넘겼지만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재미있었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기대가 되는 나날이었다.


그렇게 우당탕탕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기다리며


분점 계획, 유튜브 채널 설립 등 확장을 위한 계획들을 세워뒀다.


그리고 지금 벌써 2021년이 끝나간다.


곧 영업 4 년 째인데 그중 3 년이 코로나다.


오픈 빨이라는 말이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첫 1 년이 황금기일 줄은 몰랐다.


거리 두기로 인해 줄어들다 못해 없어진 손님들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게를 열면 안 되는 이 아이러니함 속에서


월세를 벌기 위해 여러 일들을 했다.


좋아하던 영상과 글쓰기도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됐고


가끔 잊지 않고 가게를 들려주신 손님들을


'거리 두기 동안에는 쉽니다'라며 돌려보내야해 속도 앓았다.


문득 너무 힘들어서 가게를 그냥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매 달마다 내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닌


현재를 지키기 위한 월세를 마련하는 것이 지쳤다.


예전의 북적북적함 대신 적막이 가득한 공간에 서서


안정적인 주위와 불안정적인 나를 끝없이 비교하면서


잠깐이지만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1 년 더 해보기로 했다.


내 나름의 아쉬웠던 점들, 미처 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았기에


손님은 없더라도 가게는 계속 열어두면서 


나름의 결자해지를 위한 완결성을 가져 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한 글을 쓰기로 했다.


그간 들었던 느낌들, 감정들, 생각들


내게서 피어난 모든 순간이 시간의 무덤덤함 속에


휘발되지 않도록 최대한 남겨보기로 했다.


순간을 미화하는 것이 아닌 기록하고자 하기에


감동을 주는 문맥이나 수려한 미사여구 없이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 될 테지만


이 글은 무거운 한 숨이 아닌 숨을 돌리기 위한 단 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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