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살이 많이 쪘다. 그중 근 1년간은 무려 10kg이 쪘다. 어떤 이들은 어디 아프냐고 묻기도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즘 경제적 어려움도 있어서 (살이 쪄서) 못 입는 옷들을 팔고 있다.
오늘은 ‘살 빼서 여름에 입어야지’하며 지난겨울에 사뒀던 약 17만 원짜리 비키니를 6만 원에 팔았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온 구매자는 어리고 예쁘고 날씬했다. 내게 돈을 이체하며 구매자가 갑자기 ‘그런데 이거 왜 파시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나는 ‘살이 쪄서 못 입어서 팔아요’라며 멋쩍게 말했다.
내 입으로 살이 쪄서 판다고 말해서 그런지, 아니면 오늘 구매자가 나보다 어리고 예뻐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 마음에 쏙 드는 비키니를 팔아서 그런지 오늘따라 물건을 팔고 돌아오는 길이 쓸쓸했다.
‘지난 몇 달간 살을 좀 뺐으니 앞으로 더 뺄 수 있을 거야’, ‘더 마음에 드는 비키니를 또 살 수 있을 거야’, ‘아까 그 사람만큼은 아니라도 살이 빠지면 나도 지금보다 예뻐지겠지’.
약간은 슬픈 마음이 들었지만
더 밝고 멋진 미래가 내게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