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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스티아 Mar 29. 2024

태극권이 집중력, 메타인지 기르는데 좋은 사소한 이유1

양가 태극권 세계1위 관장님 밑에서 수련하면서...

태극권의 효과는 집중력이 좋을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

무술 세상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관장님 밑에서 얘기를 듣기론,

옛날 진짜 태극권의 고수들은 태극권을 단지 양생이나 무술을 위한 수련법이 아니라, 마음수련의 도구로 수련을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무술의 관점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단계를 6단계 정도라 보면, 마음 수련의 작용까지 도달한 고수는 9단계까지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는 그만큼 깊은 단계의 마음 작용까지 들어간 고수가 드물기 때문에, 태극권의 고수라고 해도 무술 단계의 고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다.


잘 모르고 볼 때는, 느릿느릿 엉거주춤한 동작만 매일 반복하는 게 뭐 그리 큰 일을 일으킬까 싶은데, 집중력의 수준에 따라 그 효과가 천차만별이라는 거다.


그래서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잘하는 사람이 더 쉽게 잘하고, 못하는 사람은 어렵게 따라가도 열매를 덜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

(수영만 생각해도, 잘하는 사람은 힘도 빼고 멀리멀리 빠르게 나가는데, 못하는 사람은 힘들어 죽겠는데, 거의 제자리에 느릿느릿 나가는 것처럼.)



그나마 다행인 건, 태극권의 효과에 집중력을 높이는 것도 들어있다는 점이다.


태극권을 수련할 때, 앞에서 시범보이는 사람 없이 스스로 동작을 끝까지 하려면 전체 동작을 되뇌고 있어야 한다. 그냥 생각 없이 몸만 따라 할 때보다 훨씬 더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다. 그래서 매일 동작의 순서를 스스로 생각해내려 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늘게 된다.


그리고 태극권을 할 때 원래는 몸의 무게중심이 정확하게 오른쪽 왼쪽으로 완전히 실리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오른쪽 왼쪽 완전히 무게 중심이 바뀔 때마다 음양의 기운의 변화로 여러 가지 기의 변화와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충 동작만 흉내 낼 때는 생각보다 무게중심이 완전히 옮겨가지 않는다. 그래서 의식을 하고 온전히 집중을 해서 몸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거기다 그렇게 몸을 음양으로 움직이는 내 모습을 알아차리다 보면 메타인지능력도 높아진다. 그 능력이 명상 수련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여기에 지금 수련하는 도장에서 태극권 수련 시 집중력과 메타인지력이 높아지는 사소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다른 글에서 밝혔다시피,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한 동작씩 누적해서 배우기 때문에, 처음 3개월 정도가 관문수호자의 역할을 한다. 즉, 3개월 동안 조바심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방식이 맞지 않아 다른 곳으로 향한다. 그러고 남은 사람들은 그저 매주 흘러가는 대로 수련을 한다. 태극권 108식은 한 주에 한 동작씩 나가지만, 선요가를 비롯해서 수련 시간에 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설렁설렁 놀고 있진 않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우리 도장 회원들이 긴장하는 순간이 있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매일 스스로 수련하고 있다 보면, 관장님이 한 번씩 잘하고 있나 살펴보신다. 그때마다 공통적으로 회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혼자 할 때는 잘 되는데, 관장님 쳐다보니까 괜히 더 틀리고 헷갈리네."


앞에서 시범을 보이며 따라 하는 방식이 아니라, 관장님이 내가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오직 무대 위에 나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관장님이 굉장히 어려웠던 데다, 태극권 동작에 있어서는 정확함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강조하신다. (실제로 중국 부주석배 세계 중국 무술대회에서 양가 태극권 분야의 세계 1위를 하신 분이다.) 혼자 수련할 때는 대충 뭉개면서 순서만 챙겨서 하다가, 관장님이 쳐다볼 때는 그동안 흐트러졌던 무게중심, 어깨 힘 빼기, 손목, 발목, 목에 힘 빼기, 무릎 위치, 엉덩이 위치, 앉은 높이, 발 사이 간격 등을 챙기려니 어렵고 다음 동작이 헷갈리기도 한다.


이런 환경에서 꾸준히 수련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관장님이 쳐다보시든 말든 신경이 안 쓰이게 됐다. 그러기 위해선 내 동작에 더 집중하면 된다. 한편, 단전을 챙기고 있다가 관장님이 나를 쳐다보는 걸 인지하는 순간에도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 나를 보는 관장님을 의식은 하되, 흔들리지 말고 고요함을 유지하려는 훈련을 계속하면 메타인지력과 집중력 기르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집중력이 좋아졌나?

나의 과거의 집중력을 수치화시켜 놓은 게 없고, 오늘날의 집중력을 측정할 수 없으니 이것도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말들을 하는데, 벼락치기 능력은 오히려 10대, 20대 때보다 더 상승한 것 같다.


준비가 많이 필요한 시험이 아니라, 적당히 몇 달 정도 걸리는 자격증 정도면 더 압축해서 벼락치기가 가능하다. 마감을 앞둔 프로젝트도 몰아서 벼락치기로 일하며,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적도 많다. 이건 그동안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서, 과거의 내가 엄두도 못 내던 분량을 조금 더 몰아서 할 수 있게 된 것도 있다. 대신 그 많은 양을 몰아서 할 수 있는 집중력은 더 생긴 것 같다.


그래도 원래 독하게 준비하는 고시생들처럼 시험에만 올인할 수 있는 성향이 아니라, 20대에 빠짝 몰아서 시험준비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소박할 수 있다.


그냥 나의 과거 성향과 비교해서, 나이가 들어도 집중해서 몰아치는 능력이 오히려 더 늘어간다고 느끼고 있고, 그런 면에서 태극권 수련도 좀 도움을 주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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