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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스티아 Apr 09. 2024

선요가와 태극권의 무의식 정화, 내면에너지 통합 비교

 지금 내가 수련을 하는 곳에서 태극권 108식을 다 배우기까지 1년 3개월에서 1년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그동안 선요가 수련을 병행한다. 선요가는 39가지 동작으로 되어 있다. 배울 때는 13 동작씩 하나의 단위로 배운다. 13 동작의 순서를 다 익혀서 혼자 할 수 있으면, 그다음 13 동작을 더 배워서 누적해서 26 동작을 배우는 식이다. 보통 요가처럼 앞에서 선생님이 같이 동작을 해주는 게 아니니, 스스로 부지런히 머리를 굴려 익혀야 한다. (치매 예방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려나?)


선요가는 자세도 다른데 손가락 모양도 중요하다. 불교의 수인과 비슷한 느낌인데, 수인과 동작이 어우러지면 매 동작마다 오장육부의 특정 장기를 더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실 스스로 그 효과를 느끼기는 어렵다. 오장육부가 좋아지고 나빠지는 것을 일상에서 알아차릴 정도라면, 원래 오장육부 어떤 곳이 유난히 좋지 않았어야 하니까. 게다가 오장육부의 건강은 식습관 등 다른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니까 선요가만으로 좋다, 나쁘다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다만, 수련이 깊어져서 기를 느낄 수 있을 때 매 동작과 수인마다 기가 다르게 흐르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는 기의 활성화 단계에서 느끼는 느낌과는 다르다. 보통 기 수련하는 사람들이 기를 느낀다고 말할 때는 따뜻한 기분, 구름처럼 퍼져가는 에너지 등을 말할 때가 많은데, 이건 기가 활성화되는 과정의 반응이다.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서 기를 느낄 수 있을 때는 가느다란 실처럼 뚜렷이 하나의 선으로 느껴진다. 개미가 일렬로 이동하면서 선을 만드는 모양처럼, 선이지만 움직임이 있다. 그리고 매 순간 선의 모양도 다르다. 가로로 이어지거나, 동심원이거나, 세로로 길거나 등등... 선요가 각 동작마다 기의 움직임과 형태가 다른 것을 확인하면서, 각 동작이 오장육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겠거니 하는 거다.



이 글에서는 태극권과 선요가 수련이 명상의 차원에서 어떻게 다른 효과가 있는지를 더 비교해보려 한다.


첫째. 태극권은 무의식 정화의 효과가 있는데, 선요가는 그 자체로 무의식 정화의 효과는 없다. 태극권의 무의식 정화 효과는 아직도 그 원리를 내가 확인하지는 못했다. 다른 글에서 밝혔다시피, 제대로 음양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번갈아가며 이어지는 동작들이 그런 효과를 낸다고 했다. (그 작용을 내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능력이 아직 안된다는 거다.) 대신 체험적으로는 알 수 있다. 실제로 음양의 에너지가 번갈아가며 이어지게 태극권 수련을 하는 사람들은 무의식 정화라고 스스로 의식을 하지 않아도, 몇 년 후에는 무의식 정화가 된 만큼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져있다.


둘째. 태극권이 완전히 몸에 익을 때까지는, 선요가가 내면 에너지를 통합하는데 더 효과가 빠르다. 이건 선요가는 한 동작을 하면서 30초에서 1분 정도 멈춘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단전을 챙기고 주시를 할 줄 알면, 평소보다 더 빠르게 깊이 들어갈 수 있다. 태극권은 몸에 익기까지 움직이며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단전 주시에 그만큼 집중하기 어렵다.


결국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수록 단전 주시가 쉽고, 내면 에너지 통합 작용이 일어나기가 쉽다는 얘기인데, 그러면 그냥 앉아서 좌선하는 게 제일 빠르지 않을까? 단전 주시가 익숙지 않을 때는 그럴 수도 있는데, 선요가의 동작이 몸의 기혈의 움직임을 더 자극하기 때문에, 선요가를 하면서 단전 주시를 하는 게 더 빠를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고, 온전히 좌선만 하고 싶을 때는 물론 좌선만 따로 하기도 한다.


예전에 선요가 끝나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마무리 동작을 하면서 좌선처럼 명상의 시간을 길게 덧붙이기도 했는데, 선요가를 한 후 이어서 명상을 할 때 시간이 굉장히 빨리 지나갔던 것을 느꼈다. 잠시 몰입하고 있으면 15분, 20분이 후딱 갔다. 그렇게 두세 동작을 덧붙여서 마무리를 하면 명상만 40분 이상 금방 하게 된다.




이건 태극권이 완전히 몸에 익을 때까지 보통 몇 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과정을 두고 비교를 한 것이다. 태극권도 몸에 완전히 익으면, 움직이면서 내면 에너지 통합 명상의 효과를 빠르게 낼 수 있다. 그 정도 수련이 되어있으면 단전 주시는 익숙해져 있으니까, 어떤 동작을 하든 상관없이 깊게 들어갈 수 있다.  그때는 태극권은 태극권 나름의 기혈 움직임, 선요가는 선요가 나름의 기혈 움직임의 효과를 더하여 내면 에너지 통합 명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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