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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쌍미음 Aug 26. 2021

맘카페를 탈퇴했다.

모를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10여 년 전, 아기가 생기고 나서 소아과 등 많은 정보가 필요했기에 일명 '지역맘카페'에 가입했다.


처음 경험해본 그곳은 정말 신세계였다.

집에서 가까운 맛집, 좋은 카페, 좋은 병원과 그 안에서도 각 의사들의 장단점까지- 동네에서 생활하기에 편리하고도 유용한 정보가 모두 담겨 있었다.


지역맘카페라는 이 신세계는- 내 입맛에 맞는 음식 가게, 내 취향에 맞는 카페, 내 사정과 정서에 맞는 의사를 찾아내는 일을 손가락 몇 번의 노동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물며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는 어땠는가, 구청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확진자 발생 학교와 학원을 순식간에 알아낼 수 있고 동선마저 추리해볼 수 있었다.


좀 더 고급 정보를 읽고 싶거나 쓰고 싶다면 게시글과 댓글 수, 출석 횟수를 충족시켜서 등급을 올려야 했다.

10여 년간 댓글 쓰기와 출석에 정성과 마음을 쏟아부어가며 몇 단계 등급을 올렸다. 웬만한 정보는 다 볼 수 있었다. 더 높은 등급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글을 많이 써야 가능했지만,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하루에 딱히 특별한 일도 없었을뿐더러, 있었다고 한들 그걸 굳이 공유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의 일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달리는 댓글이 부담스럽고 귀찮았다.


그렇다면 지역맘카페는 항상 이런 좋은 정보들로만 넘쳐나느냐, 그렇다면 참 좋으련만!

많은 동네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내 견해와 다른 사람들 역시 넘쳐난다.

코로나가 좀 잠잠해질 때까지는 서로가 잠잠하게 생활하면 좋겠는데,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아닌 사람들도 많았다. 놀러 다녀왔다며 사진을 첨부하는 글이 생각보다 정말 많았다. 그런 글을 볼 때면 심기가 불편해졌고 화가 나는 경우도 많았다.


남편은 남들이 뭘 했는지 보면서 스트레스받을 바에야 그냥 그 카페를 들어가지 말아라, 탈퇴해버려라,라고 말했지만-  그러기엔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너무나 고급 정보들이었다. 탈퇴해버리기엔 내가 공들인 댓글 수가 몇 천 개나 되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쓴 글이 반백 개가 넘었다. 쏟아부은 정성이 너무 많았다. 1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소속되어 있었던 곳이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더 이상의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그동안 작성했던 모든 흔적을 다 삭제하고 맘카페를 탈퇴했다.

10여 년간 쏟아부었던 정성과 마음을 모두 지워버렸다.


탈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었다. 늘 겪어왔던 문제였다.

나와 견해가 맞지 않는 사람의 '내가 옳다'식의 글을 보고 나의 견해를 댓글로 달고 싶은데 그러면 싸움이 일어나게 될까 봐 꾹 참다가- 더 이상은 내가 이 카페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어쩌다 필요한 정보 한 번 얻고자 계속해서 소속되어 있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기분이 참, 느낌이 참, 아주 후련했다. 개운했다.

해방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맘카페를 탈퇴한 지 약 한 달이 되어가는 지금-

과도한 정보에 휩쓸리지 않아도 돼서 좋다.

다른 집은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는지 모를 수 있게 돼서 좋다.

관심분야가 아닌 정보를 모를 수 있게 돼서 좋다.


정보가 필요해서 가입했던 카페를 10년 만에 탈퇴하고 나서야 비로소 모를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쓸데없는 과도한 정보로부터의 해방!

이로써 한결 편안해진 마음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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